美-러 ‘우크라 대리전’…美 “선거부정 조사 마무리해야”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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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부정에 항의해 대규모 군중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국이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 오후(현지시간) 야당과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종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예상대로 여당 후보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가 49.53%를 얻어 46.66%를 얻은 빅토르 유셴코 후보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

일부 선관위원들은 이 결과에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누코비치 후보측은 선관위 발표 직후 ‘정치 개혁’ 등 5개항을 약속하면서 “유셴코 후보측과의 대화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독자적으로 대통령 취임선서까지 한 유셴코 후보는 레오니트 쿠치마 대통령의 중재 요구를 거절하고 “정권을 이양하라”고 요구해왔다.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궁 주변에 운집한 유셴코 후보 지지세력의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야누코비치 후보의 지지자들도 키예프로 모여들고 있어 양측의 충돌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전 거듭한 급박한 상황=쿠치마 대통령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등이 중재에 나서면서 한때 양측의 대화가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24일 오전 유셴코 후보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정권 이양 논의’ 외에는 모든 대화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야누코비치 후보 역시 “법대로 결정하자”며 물러서지 않았다.

150여명의 외교관들이 유셴코 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등 우크라이나 사회는 이미 팽팽한 양분 현상을 보이고 있다.

▽미-러 공방은 계속=미국과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문제를 둘러싸고 한 치도 양보없는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클레어 뷰컨 미 백악관 대변인은 “선거 부정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최종 결과 발표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미 국무부는 또 유리 우샤코프 주미 러시아 대사를 불러 선거가 끝나자마자 러시아가 야누코비치 후보를 새 대통령으로 승인한 것을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서방측이 우크라이나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는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전략 요충지로 러시아 입장에선 서방과의 완충을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지역. 반면 미국은 카프카스 지역의 전략요충지인 그루지야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친서방 정권을 세우면 러시아를 더욱 쉽게 견제할 수 있다.

옛 소련 국가 중 러시아 다음으로 인구(4700만명)가 많은 우크라이나는 풍부한 자원과 경제적 잠재력을 갖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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