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부상 이라크포로’ 사살장면 공개 논란

  • 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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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케빈 사이츠기자
NBC케빈 사이츠기자
《“이 빌어먹을 녀석은 죽은 척하고 있는 거야? 나쁜 자식….” 한 미군 해병이 이렇게 소리쳤다. 부상해 벽에 기대어 있는 이라크인을 향해 총구를 겨눈 모습이 파인더에 잡혔다. 이라크인은 반항을 하지 않았다. 그때 해병대원이 방아쇠를 당겼다. 이라크인의 다리가 축 늘어졌다.》

미국 NBC방송의 종군기자 케빈 사이츠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13일 이라크 팔루자의 한 이슬람 사원에서 있었던 ‘사건’을 자세히 전했다. 자신이 촬영해 보도한 내용으로 인해 “부상한 포로를 무참히 사살했다”는 비난과 “정당방위였다”는 반박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츠 기자는 해병대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통해 그 장면을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털어놨다.

토요일 아침이었다. 우리는 어제 우리가 지나온 곳으로 다시 가라는 명령을 받았다. 어제 무장세력 10명이 사살되고 5명이 부상한 그 사원이 밤새 다시 무장세력의 손에 들어갔을지 모른다는 첩보가 있었다.

13일 미군이 부상한 포로를 사살하는 장면.-동아일보 자료사진

사원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우리보다 먼저 온 분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대위가 그들에게 “안에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한 대원이 손가락 다섯 개를 들어보였다. “쏘았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어 “무장하고 있나”라고 묻자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안쪽 마당으로 들어서자 놀랍게도 어제 부상한 이라크인 5명이 그대로 있었다. 한 명은 숨져 있었고 3명은 조금 전의 총격에 새로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은 담요를 걸친 채 기둥에 기대 누워 있었다.

나는 벽에 기대 있는 두 사람 앞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그들은 여전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옆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촬영을 하는 동안 한 대원이 나에게서 40cm 정도 떨어져 있는 옆 사람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총을 발사했다.

나는 그에게 “이 사람들은 어제 부상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총을 쏜 그 대원은 그때서야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몰랐다”고 말했다.

토요일에 사원에 들어간 분대는 전날 이미 교전이 있었고 부상자들은 항복한 상태였다는 사실을 모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시체나 부상자에 부비트랩을 설치하곤 한다는 것은 오랜 종군 취재 경험상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무엇인가 올바르지 않다는 느낌이 분명히 들었다.

나는 무슨 ‘상’ 따위를 타려고 이 화면을 보도한 게 아니다. 그게 내 의무이기 때문이다. 그 사원의 이라크인이 항복을 한 상태라면 여러분은 그를 돌봐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만약 항복한 사람이 내 눈앞에서 사살된다면 나에게는 그것을 보도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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