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남부 유혈충돌…26명 사상

  • 입력 2004년 10월 26일 08시 17분


이슬람 주민이 많이 사는 태국 남부 나라티왓주(州)에서 25일 무슬림(이슬람 신자)시위대와 정부 진압부대 간에 유혈 충돌이 빚어져 최소한 6명이 죽고 20명 이상이 다쳤다.

태국 언론의 26일자 보도에 따르면, 나라티왓주 탁바이군(郡) 경찰서를 점거한 3천여명의 무슬림 시위대원들을 1천여명의 군ㆍ경 병력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유혈 충돌 사태가 빚어졌다.

나라티왓주 보건국장 시리차이 팟타나라누타폰 박사는 양측 유혈 충돌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최소한 6명이 죽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확인했다. 현지 관할 경찰은 사망자 전원이 총에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외 휴가여행에서 돌아와 급거 현지를 방문한 탁신 치나왓 총리는 이번 사태를 일으킨 세력이 올 연초 나라티왓주 군 무기고를 습격한 집단과 연계돼 있다며 강력 대응을 선언했다.

탁신 총리는 정부로서는 "이들 과격세력에 충분한 시간을 줬다"며 "이제부터는 법이 엄격히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남부 지역을 관할하고 있는 태국 육군 4군 사령관 피산 왓타나웡키리 중장은 이번 사태를 "국가에 대한 반란"으로 규정하면서 "법 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어느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며 강경 조치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피산 사령관은 나라티왓주 12개 군 가운데 8개 군에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 통금이 선포됐다고 밝혔다.

이날 충돌 사태는 무슬림 시위대가 탁바이군 경찰서에 몰려와 최근 정부에서 지급한 총기를 이슬람 과격세력에 건네준 혐의로 체포된 민방위 대원 6명을 풀어주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25일 새벽 6시(한국시간 오전 8시)께부터 탁바이군 경찰서에 모여든 시위대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숫자가 3천여명 선으로 크게 불어났다. 이들이 던진 돌에 맞아 경찰관 3명 이상이 다쳤고 군용 트럭 2대와 경찰 순찰차 1대가 뒤집혔다.

보안 당국은 상황이 심각한 양상으로 돌변하자 1천여명의 군ㆍ경 병력을 배치해 탁바이 경찰서로 통하는 도로를 봉쇄하는 등 사태 진압에 나서는 한편 종교 지도자 등과 함께 대화를 모색했으나 실패했다.

진압 병력은 시위대에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양측 간에 총격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산 4군 사령관은 시위대원 1천여명이 체포됐다며 이들은 계엄법에 의거, 7일 간 구금돼 심문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피산 사령관은 시위대원 일부가 무장을 한 상태였기 때문에 사태 악화를 우려, 시위대 해산을 명령했다며 경찰관과 군인도 1명씩 총에 맞아 죽었고 12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하순 남부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난 유혈 충돌로 무슬림 과격파 100여명이 사살된 이후 최악의 사건으로 기록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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