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식탁이 궁금하십니까” 역대 대통령 식성 공개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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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해 보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아이스크림.”

크렘린 식당의 조리책임자인 미하일 주코프가 28일 ‘크렘린 식탁 이야기’를 현지 언론에 공개했다.

크렘린 식당에서만 40년을 일한 그는 “최고지도자의 식성은 기밀사항”이라면서 역대 지도자의 식성을 슬쩍 들려줬다.

그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외에는 ‘참살이형(웰빙형) 식단’을 선호한다. 신선한 야채 등 건강식만 골라 먹는다는 것. 반면 부인 루드밀라 여사는 밀가루 음식을 좋아한다.

주당(酒黨)으로 유명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은 보드카 안주로 소금에 절인 오이를 즐겨 먹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은 미식가인 만큼 식성도 까다로웠다고 한다.

대통령 가족의 일상적인 식사를 챙기는 전속요리사는 따로 있지만 주코프씨는 30명의 요리사를 거느리고 매일같이 열리는 각종 연회를 준비하고 구내식당에서 400여명의 크렘린 직원들의 식사를 챙겨야 한다.

크렘린의 메뉴 개발 과정은 복잡하다. 요리사가 머릿속에 떠오른 요리를 몇 번 시도해 본 뒤 ‘요리 소비에트(회의)’ 시간에 제안을 한다. 고참 요리사와 재료 공급 담당자, 의사까지 참여하는 이 회의에서 통과돼야 비로소 크렘린의 정식 메뉴가 된다고 한다.

개발한 요리에는 이름을 붙인다. 크렘린에서는 베이컨과 크림을 넣고 구운 칠면조를 과일과 함께 눌러 만든 요리를 ‘모나리자’라고 부른다.

맛뿐만 아니라 모양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주코프씨는 “정성을 다해 만든 ‘작품’을 사람들은 순식간에 먹어치운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 사람의 가슴 속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식성을 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요리철학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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