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속 히틀러는 다정했다”…영화 개봉 앞두고 논란

  • 입력 2004년 8월 2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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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전 기념행사, 추모식 등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된 행사가 유럽 전역에서 한창인 가운데 전쟁을 일으킨 아돌프 히틀러를 다룬 독일 영화 한 편이 논란 속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 ‘몰락-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이 그것. 9월 중순 독일에서 개봉될 예정인 이 영화는 히틀러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책과 영화는 히틀러를 어김없이 ‘괴물’ 또는 ‘미치광이’로만 묘사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히틀러는 ‘비극적인 인물’로 등장한다. 영화는 베를린 지하 벙커에서 보낸 히틀러의 말년을 관대한 시각으로 다루고 있다. 히틀러는 공포에 떨기도 하고, 자신의 약점을 측근들에게 숨기려 애쓰는 인간적 모습도 보인다.

제작자 베른트 아이힝거는 시사회에서 “이제 이런 영화가 나올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인물의 외면만 볼 게 아니라 내면도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의 반응은 엇갈린다. 독일 언론들은 “네오나치즘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히틀러를 ‘20세기 최악의 범죄자’로만 알고 있는 일반인들에게 왜곡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것.

영국 프랑스 등에선 “독일 영화가 오랫동안 지켜온 금기를 깨뜨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히틀러가 진정한 얼굴을 찾았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다.

5년 동안 벙커에서 히틀러의 전화 교환수로 일했던 로후스 미쉬(83)는 말년의 히틀러에 대해 영화처럼 후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히틀러는 측근들과 농담을 즐겼고, 찰리 채플린을 좋아했으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3번이나 봤다”고 했다. 또 “유대인 학살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히틀러는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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