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저항세력 “문화재를 방패로!”

  • 입력 2004년 8월 23일 19시 06분


코멘트
이라크 시아파의 성소(聖所)인 ‘이맘 알리’ 사원 내부에 보관된 보물이 나자프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새로운 걸림돌로 등장했다.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는 22일 나자프 2차 봉기를 일으킨 강경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에게서 넘겨받기로 했던 이맘 알리 사원의 관할권 접수를 거부했다.

심장질환 치료차 영국 런던에 있는 시스타니는 이날 “사원 내부의 이슬람 유물이 온전한지를 확인하기 전에는 이맘 알리 사원을 넘겨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4월부터 5개월 동안 사드르의 메흐디 민병대가 알리 사원을 장악하면서 보물을 손상시켰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사원에는 고대 이라크 왕국에서 전해 내려온 왕관, 검, 보석, 황금 꽃병, 호화 카펫, 크리스털 전등 등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가치를 지닌 보물들로 가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5개의 문을 통해 이맘 알리 사원 내부로 들어서면 이슬람교의 선지자인 마호메트의 양아들이며 시아파의 선조격인 이맘 알리의 묘가 나타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메흐디 민병대는 미군과 유혈충돌이 시작된 이후 사원을 전투본부, 병원, 휴식공간, 예배장소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해 왔다.

이에 따라 미군의 폭격으로 사원 내부에 보관된 이라크 시아파의 보물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놓였다고 AFP통신이 23일 보도했다.

AFP는 수백년간 사원 내부에 잘 보관돼 있던 금은보화가 미군의 총격을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22일 이후 미군이 AC-130 폭격기를 동원한 공중폭격으로 사원의 벽 일부가 파손된 것으로 알려져 이맘 알리 사원의 유물 파괴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라크 과도정부는 대표단을 시스타니에게 보냈으며 시스타니는 아들 모하메드 레다를 이라크에 보내는 등 나자프 사태의 해법을 찾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13일 이라크 남부도시 나시리야에서 취재 중 납치된 프랑스계 미국 기자 미카 가렌 등 2명이 22일 석방됐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