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난징대학살’ 법정서 가린다

  • 입력 2004년 8월 19일 19시 42분


코멘트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난징(南京)에서 저지른 ‘난징대학살’ 사건을 놓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새롭게 법정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난징 사건의 피해자인 중국 여성이 자신을 거짓 증언자라고 책에서 비판한 일본인 2명을 명예훼손으로 제소한 것이 계기.

지난해 6월 이 소송사건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중국 축구팬의 일본 선수단 야유 사건 후 일본인들이 중국측을 집중 공격한 데 대한 반격으로 난징 사건이 부각되면서 관심이 증폭된 것.

▽중국의 공세=1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당시 사건의 생존자 샤수친(夏淑琴·75)은 일본에서 출판된 이 사건 관련 서적 때문에 명예를 손상당했다며 지난해 6월 저자 2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두 서적을 펴낸 출판사도 제소당했다.

샤씨는 8세 때 난징을 침략한 일본군의 칼에 신체 3군데에 상처를 입었으며 이후 관련 증언을 계속해 왔다. 그는 이 증언이 날조된 것이라는 내용의 책이 나오자 두 저자를 상대로 각기 80만위안(약 1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와 함께 중국과 일본의 주요 신문에 사과광고를 게재할 것도 요구했다.

사건을 수리한 난징시 인민법원은 베이징(北京) 최고인민법원을 통해 일본에 거주하는 두 저자와 출판사에 외교경로로 소환장을 보냈다. 출두 시기는 9월 15일부터 2일간.

중국측은 여건상 소송이 계속 진행되지 못한다 해도 나름대로 충분한 효과는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출석 거부=중국 법원에 피소된 일본인은 난징대학살 자체를 날조라고 주장하는 책인 ‘난징학살에 대한 의문’의 저자 마쓰무라 도시오(松村俊夫)와 ‘난징학살의 철저검증’이라는 책의 저자 히가시나카노 슈도(東中野修道) 아세아대 교수. 두 책을 펴낸 출판사는 덴덴샤(展轉社).

마쓰무라씨는 “이 건에 관해 중국 재판소는 국제재판 관할권이 없으므로 소송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출석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다. 히가시나카노씨도 “안전이 보증되지 않기 때문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편 마쓰무라씨는 샤씨와 비슷한 난징 사건 피해자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당해 2002년 5월 도쿄지방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저자는 관련 자료의 신빙성을 거의 검토하지 않은 만큼 기술 내용을 사실로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는 없다”며 혐의를 인정해 150만엔(약 15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