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문제 골머리” 네덜란드 떠나면 837만원 주기로

  • 입력 2004년 8월 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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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를 떠나는 외국인 이주민에게 7200달러(약 837만원)를 드립니다.”

이민자들로 골머리를 앓아 온 네덜란드 정부가 이번 주 새 이민법을 채택했다. 2008년까지 국내 거주 이민자 2만6000명을 국외로 내보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떠나면 돈을 주겠다는 것. ‘채찍과 당근 정책’인 셈이다.

이민자들에게 매월 지급되는 실업수당 700달러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돈을 줘서라도 내보내는 게 이익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초 네덜란드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국내 이주를 허락한다는 법안도 곧 국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자유로운 이민정책을 실시하는 나라였다. 이민을 받아들이기 위해 투자한 국가예산도 만만치 않다.

그 결과 수많은 외국인이 네덜란드로 밀려들었고 지금은 인구(약 1600만명)의 약 17%를 차지한다.

그러나 정착에 실패하는 이민자가 많이 생기면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정착에 실패하면 국외로 추방한다는 고강도 정책도 실시해 봤지만 이민 실업률은 여전히 15∼30%에 달한다. 더구나 최근 확산된 테러 공포는 이민자에 대한 국민 정서를 극도로 악화시켰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새로 채택된 이민법은 문제가 많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네덜란드 사회가 갈수록 고령화하고 있는데 젊은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세금을 낼 사람도, 양로원에서 수발을 들어줄 사람도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은 이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더불어 살아가는 데 비해 유럽은 이민자를 언젠가는 돌아갈 계절노동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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