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파트 ‘개혁 압박’에 우울한 생일

  • 입력 2004년 8월 4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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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75·사진)이 4일 우울한 생일을 맞았다.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을 대변하는 민족지도자로 추앙받던 그는 최근 측근의 부정부패와 지도층의 내분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치정부 출범 10년 만에 겪는 최악의 정치 위기다.

아라파트는 1929년 8월 4일 카이로에서 태어났다. 40세 때인 1969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에 선출됐고, 1988년 11월 15일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이후 대(對)서방외교를 강화해 60여 개국으로부터 독립을 인정받기도 했다.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튀니지 등을 떠돌며 팔레스타인 독립을 향한 무장투쟁을 지도하다 1993년 이스라엘과 극적으로 오슬로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 공로로 199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1996년 팔레스타인의 첫번째 자치선거에서 87%의 압도적 지지로 수반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권위주의 독재와 측근의 부정부패에 대한 반감으로 그의 권위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마흐무드 아바스 전 총리는 그와 사사건건 불화를 빚다 사퇴했고, 최근에는 이스라엘에 의해 봉쇄돼 2년반 동안 자치정부 청사에 기거하고 있다. 게다가 자치정부의 든든한 후원국인 이집트와 요르단마저 그에게 권력이양을 촉구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아직 그를 대신할 만한 지도자가 없는 상태여서 중동 전문가들은 아라파트 수반이 실제로 퇴진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그도 개혁을 바라는 대세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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