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케리진영 유머작가까지 고용해 표심잡기 나서

  • 입력 2004년 7월 30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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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민주당 전당대회장. 존 케리 후보가 연단에 올랐다.

대의원들의 박수에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던 그는 갑자기 거수경례를 하며 외쳤다.

“Reporting for duty(신고합니다)!”

대의원들은 열광했다.

미 언론들은 ‘지루하다’는 인상을 줘 온 케리 후보의 ‘재치 있는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케리 후보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유머 작가까지 고용해 표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케리 후보가 최근 자신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주 써 온 ‘피플 유머’가 그 실례. ‘피플 유머’는 피플지를 소재로 한 유머라는 뜻.

“아시다시피 (러닝메이트인) 존 에드워즈와 나는 공통점이 많다. 그의 이름은 존이고 내 이름도 존이다. 그도 법률가고 나도 법률가다. 그는 피플지에 가장 섹시한 정치인으로 꼽혔고 나는 피플지를 읽는다.” 참모들은 케리 후보가 이 유머를 비교적 잘 소화해내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부시 대통령의 경우는 반대로 약간 모자란 듯한 인상이 약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약점을 소재로 농담을 자주 해 ‘약점’을 ‘장점’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

지난해 모교인 예일대를 방문해 연설할 때 학창 시절 우수했던 동창생을 알아보고 “저 친구는 예일에서 책을 썼고, 나는 (그 책을) 읽었다”라고 말해 관중의 웃음을 끌어냈다.

최근 체코 출신의 아이스하키 선수를 만난 자리에서는 “이 친구는 상대 선수를 혼란시키려고 독특한 영어를 구사하는데 내가 기자회견에서 쓰는 전략하고 비슷해”라고 말해 주변을 웃겼다.

하지만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유머의 원조’라고 할 만한 사람은 고인이 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라고 BBC는 전했다. 그의 유머는 언제나 부드러웠고, 상대방을 공격할 때도 결코 저열하지 않았다는 것. 케리 후보는 최근 이 ‘교훈’을 잊어버렸다가 발언을 취소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는 말에 “바퀴가 빠졌나”라고 빈정댔다가 ‘아차’ 싶었던지 언론에 비보도를 요청한 끝에 간신히 구설을 면했다는 후문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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