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조기 철군은 테러리스들의 승리"

  • 입력 2004년 7월 20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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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자국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이라크 조기 철군 결정을 내려 이라크의 테러리스트들이 승리를 기록하게 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이 신문은 19일자 사설에서 "아로요 대통령이 서둘러 테러리스트들의 요구에 순응함으로써 동맹국들은 물론 납치범들조차도 실망했을 것"이라면서 "한 목숨을 구하겠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필리핀의 굴복은 이라크에 주재하는 모든 외국인들의 위험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설은 "필리핀에서 이라크 파병은 인기가 없었던 만큼 아로요 대통령의 철군 결정이 단기적으로는 국내에서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필리핀 국내에 만연한 테러나 수백만명에 이르는 이 나라의 해외파견 근로자들을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대외정책, 특히 이라크 전쟁을 비판해온 뉴욕 타임스는 이 사설에서 "모든 동맹국들이 부시 행정부에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 "아로요 대통령의 결정은 이라크 국민을 돕는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이 사설은 "스페인과 일부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도 철군 결정을 내렸으나 아로요 대통령의 경우처럼 테러리스트들의 요구에 따라 결정하지는 않았다"라며 필리핀의 철군 결정 자체가 아니라 테러범들의 협박에 굴복한 것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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