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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7월 12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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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연에 나선 주인공은 해밀턴의 5대손인 더글러스 해밀턴과 버의 사촌의 후손인 안토니오 버. 당시 복장까지 재연한 두 사람은 친척 100여명과 함께 200년 전 선조들처럼 뉴욕 쪽에서 노 젓는 배를 타고 강둑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1000여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54구경 칼리버 권총을 들고 결투에 나서 더글러스가 엉덩이에 총을 맞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가 쓰러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당시 알렉산더는 부상을 입고 뉴욕으로 후송됐다가 사흘 뒤 사망했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 시절 부통령으로 있던 버는 뉴욕과 뉴저지에서 살인죄로 기소됐지만 재판은 열리지 않았고 다음 해 부통령 임기를 마쳤다.
두 사람의 결투는 1804년 초 뉴욕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버에 대해 알렉산더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했기 때문. 버는 선거에서 패한 뒤 알렉산더의 해명을 듣지 못하자 결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년 만에 처음 만난 두 가문의 후손들은 행사를 마친 뒤 인근 해밀턴 공원에서 조상들을 기리는 추모 동판 제막식에 참석했다. 결투 재연 행사의 두 주인공은 200년 전의 원한을 뒤로 하고 두 집안이 화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글러스는 “선조는 죽기 전에 이미 버를 용서했다”며 “내가 그 뜻을 존중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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