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美해병대원 또 피살된 듯

  • 입력 2004년 7월 4일 18시 59분


지난달 21일 테러단테에 납치돼 살해당한 미 해병 하순 와세프 알리 상병.
지난달 21일 테러단테에 납치돼 살해당한 미 해병 하순 와세프 알리 상병.
이라크 과도정부가 주권을 넘겨 받은 지 일주일이 됐지만 혼란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주말인 3일과 4일 미군 1명이 또다시 참수를 당했다는 성명이 이슬람 인터넷 웹사이트에 게시됐으며, 곳곳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이어졌다.

뉴욕 타임스는 4일 “주권이양 후 이라크인들은 ‘새 정부’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이상과 현실이 혼재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극렬해지는 테러 행위=테러조직 ‘안사르 알 순나’를 자처하는 단체가 팔루자에서 납치했던 레바논 태생의 미 해병대원 하순 와세프 알리 상병을 참수했다고 한 이슬람 웹사이트에서 주장했다. 레바논 외무부도 이 같은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사르 알 순나’는 4일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살해 사실을 부인했다고 AP 통신이 보도해 사실 여부는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제3의 단체가 알리 상병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7일에는 ‘이슬람교 보복운동’이라고 밝힌 단체가 알 자지라 방송에 비디오테이프를 보내 “수감 중인 이라크인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알리 상병을 참수하겠다”고 경고했었다.

바그다드 동북쪽 60km 지점의 바쿠바에서는 4일 자살 차량폭탄 테러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바그다드 남쪽 30km 부근 마무디야 검문소에서는 3일 저항세력의 공격으로 이라크 민방위군 7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로 연결되는 2개의 주요 송유관 가운데 1개도 이날 파괴돼 원유 수출이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대니얼 바지오 미 육군 중령은 “5월 중순 이후 저항세력의 공격은 하루 평균 35∼45건에 달했지만 주권이양 후에는 20∼25건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온 양면정책의 이라크 과도정부=반군에 가담했던 이라크인들에 대한 사면을 내각이 이미 승인했으며 빠르면 5일 중 발표될 것이라고 구르기스 사다 이라크 과도정부 수석대변인이 4일 밝혔다. 사다 대변인은 “사람을 죽이지 않은 반군이 사면대상에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3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아파 반군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가 무장을 해제하고 그의 민병대 조직 ‘메흐디’를 해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드르는 사면과 정치 참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바르함 살레 안보담당 부총리는 “폭력사태가 자주 일어나는 지역에 대해서는 비상사태를 곧 선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항세력에 대한 군사작전도 이라크군이 앞장 서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라크 방위군 303대대 D중대는 3일 저항세력의 은신처로 추정되는 바그다드의 한 가옥을 급습해 주권이양 후 처음으로 독자적인 군사작전을 벌였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안사르 알 순나’는▼

미 해병대원 하순 와세프 알리를 참수했다고 3일 주장한 테러조직 ‘안사르 알 순나’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대항하는 이슬람 테러단체. 안사르 알 순나는 수니 무슬림 공동체를 지키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이라크 북부와 중부를 근거로 활동하는 이 조직은 외국인 테러범, 쿠르드족 및 수니파 급진주의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2월 키르쿠크 경찰서 폭탄 공격과 아르빌 폭탄테러의 배후라고 주장해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아르빌 폭탄 테러로 최소한 101명이 사망했다.

미 정부 관리들은 2003년 9월에 만들어진 이 조직이 ‘안사르 알 이슬람’의 잔당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사르 알 이슬람은 탈레반 정권의 비호 아래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생한 이슬람 과격단체로 알 카에다와 함께 반미 테러행위에 나섰다가 지난해 3월 미군의 대규모 소탕작전 이후 지하로 숨었다. 이들은 이라크전쟁이 끝난 뒤 치안 공백기를 틈타 쿠르드족이 거주하는 술라이마니야, 키르쿠크 등 이라크 내륙으로 숨어들어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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