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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5월 18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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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와 전 대표대행의 ‘물귀신 작전’=“총리와 마찬가지로 나도 연금에 미가입한 적이 있다.”
오자와 전 대표대행은 당수직 포기 의사를 밝힌 17일 밤 기자회견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와의 동반 퇴진을 겨냥한 ‘물귀신 작전’이라는 게 일본 언론의 해석.
오자와 전 대표대행은 국회의원의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화되기 이전인 1980년 4월부터 1986년 3월까지 6년간 연금에 가입하지 않았다. 이는 고이즈미 총리의 미가입 기간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일본 국회의원의 연금 가입은 1986년 4월 의무화됐으며 그 전에는 개인의 선택에 따른 임의가입이었다. 연금과 관련해 물의를 빚은 정치인들은 의무가입 기간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보험료를 체납했다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나 오자와 전 대표대행과는 ‘죄질’이 다르다.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이런 점을 들어 “오자와 대표대행이 갑자기 왜 사퇴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파문 확산을 경계했다. 자민당 일각에선 ‘자폭 테러’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하지만 오자와 전 대표대행은 “법적 책임은 없을지 몰라도 사회보장제도 확립을 추진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고이즈미 총리를 압박했다.
▽북-일 정상회담이 변수=아직 일본 여론은 ‘총리가 사퇴할 정도는 아니다’는 쪽이 우세하다. 15, 16일 실시된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의 해명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52%)가 절반을 넘었지만 정작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자민당은 일련의 연금 스캔들에 대해 “마녀사냥식으로 흐르고 있다”며 조기 수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언론의 논조가 정치인 개개인의 연금 보험료 납부 기록에 매달리는 행태를 개탄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것도 고이즈미 총리에게 유리한 요인.
연금 스캔들은 북-일 정상회담이라는 대형 이슈에 밀려 한차례 잠복했다가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 방문을 마친 뒤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 언론은 고이즈미 총리가 피랍자 잔류가족의 귀국을 성사시켜 실각 위기에서 벗어나려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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