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분쟁수습전문가 네그로폰테 이라크 특파

  •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57분


주권이양 후 이라크에 ‘정치적 훈수’를 하게 될 이라크 주재 미국대사에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대사(64)가 19일 정식으로 내정됐다.

주권이양 후 폴 브리머 최고행정관이 물러나면 네그로폰테 대사는 사실상 ‘제2의 최고행정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네그로폰테 대사는 풍부한 경험과 수완을 갖춘 인물”이라며 “그래서 어려운 자리를 맡아 달라고 편하게 요청할 수 있었다”고 칭찬했다.

네그로폰테 대사는 ‘외교관 중 외교관’ ‘중심이 선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60년부터 85년까지 베트남과 온두라스 등에서 근무한 분쟁지역 전문 외교관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그를 활용해 현재 ‘수렁’, ‘제2의 베트남’으로 불리는 이라크 사태를 돌파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내 반응은 그의 ‘어두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우호적이다.

네그로폰테 대사는 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좌익정권 전복을 목표로 비밀공작 활동을 벌였던 미 중앙정보국(CIA)을 돕거나 지휘했고, 인권유린 행위를 방조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2001년 부시 대통령이 그를 유엔 주재 대사로 임명할 때 뉴욕타임스와 시민단체들은 그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이라크 대사 임명에 대해 미국 언론들은 과거 그에 대한 논란 대신 그의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네그로폰테 대사의 임명은 또 주권이 이양되는 6월 30일 이후 이라크 문제의 주도권이 국방부에서 국무부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미국 언론들은 분석했다.

현재 폴 브리머 최고행정관은 국방부가 선호하는 인물이지만 네그로폰테 대사는 전문 외교관 출신에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는 절친한 사이다. 그는 상원 인준을 거쳐 이라크 주권이양 후 바그다드에 부임할 예정이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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