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4년 4월 20일 18시 57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월마트에 대한 학술회의를 위해 19일 캘리포니아에 모인 250여명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역사가 등 학계를 망라한 학자들이 이같이 선언했다고 뉴욕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월마트가 단일 국가라면 중국의 8위 무역 상대국일 정도로 세계 최대 소매상 자리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엄청난 확장의 비결이 미국 물가상승률을 1%포인트 내리게 할 만큼 철저한 저가전략에 있다는 것과, 이를 위해 저임금으로 노동착취에 나서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한 것도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날 학자들은 월마트가 놀라운 통계 그 자체보다 21세기 미국 자본주의의 본질을 대표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시기마다 경제체제와 사회적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본보기 기업이 등장하는데 월마트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런 기업은 당대의 생산기술, 노동력, 시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함으로서 탄생한다.
월마트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해 소비자의 취향을 읽어낸 결과 미국의 도시구획을 바꾸고 임금 기준을 설정하는 등 사회와 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월마트가 새롭게 만들어가는 21세기 자본주의는 GM시대의 자본주의와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면서 오히려 100년 전 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했다.
GM은 평균을 웃도는 임금을 주면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중산층을 창출했지만 월마트는 신기술을 적극 이용해 가혹한 경영문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100년 전을 연상시킨다. ‘야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월마트는 소비행태도 변화시켰다. 고객에게 상품에 대해 설명하는 형식이었던 판매 방식도 소비자들의 구매행태를 분석해 대량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저가상품에 열광하는 대다수 소비자들에도 불구하고 환경파괴, 노동문제 등 월마트에 대한 저항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더한다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월마트는 이번 학술회의가 월마트에 반하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며 참석을 거부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