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국립대 “이젠 경영이다”…기업마인드 도입

  • 입력 2004년 2월 24일 18시 59분


《일본 국립대들이 4월 독립법인화를 앞두고 민간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하는 등 각종 변혁조치를 단행하고 있다. 사립대 경영 전문가에게 학교 운영을 맡기는가 하면 대학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유서 깊은 대학 마크와 로고를 바꾸기도 한다. 학생수 절대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 국립대는 군소 대학과 통폐합하거나 지역 특성에 맞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새 조직도 만들고 있다.》

국립 히토쓰바시(一橋)대는 최근 명문사학 와세다(早稻田)대 세키 쇼타로(關昭太郞·75) 부총장을 대학법인화에 맞춰 신설되는 ‘대학 경영협의회’ 멤버로 영입했다.

대학경영협의회는 예산 편성과 운영, 조직 정비 등 대학의 재무와 경영에 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모든 국립대에 의무적으로 설치된다. 히토쓰바시대의 경우 12명으로 구성되는데 절반인 6명이 세키 부총장을 비롯해 공인회계사, 기업인 등 외부 인사다.

세키 부총장의 별명은 ‘근검절약의 귀신’. 야마타네증권 사장으로 10년간 일했던 그는 1994년 와세다대 재무담당 이사로 영입된 뒤 다음해인 95년부터 현재까지 10년째 부총장직을 맡아왔다.

부총장 취임 후 ‘경비 5% 무조건 삭감’ 원칙을 내걸고 수돗물 값을 아끼기 위해 수압을 낮추고, 일정액 이상의 물품을 구입할 때는 여러 회사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본 뒤 결정하도록 하는 등 경영 마인드를 도입했다.

이렇게 대학의 풍토를 바꿔 취임 당시 390억엔(약 3900억원)에 이르렀던 부채를 절반 이하로 줄였다. 작년 신용평가전문기관이 와세다대에 ‘AA+’ 등급을 부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주역이다.

후쿠시마(福島)대는 경영협의회 위원 20명 가운데 10명을 외부 인사로 정한 데 이어 이중 2명은 학적과 국적을 불문하고 공모방식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히로시마(廣島)대는 대학법인화를 계기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말 새로운 대학 마크와 로고를 확정했다. 1000만엔(약 1억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대학측은 아깝지 않다는 반응이다.

도쿄(東京)대 사사키 다케시(佐佐木毅·62)총장은 지난해 임기 2년을 남기고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대학평의회(위원 49명)에 중간평가를 자청해 화제가 됐다.

여기서 압도적 재신임을 받은 사사키 총장은 올해 연간 2000억엔(약 2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과 강화된 인사권으로 도쿄대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지방 국립대들의 통폐합 시도도 눈에 띈다. 사가(佐賀)대와 사가치과대가 통합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만 20개 지방 소재 국립대가 통합, 대학 경영의 효율화를 시도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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