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공산당 “천황제 인정” 黨강령 채택

  • 입력 2004년 1월 18일 18시 52분


당세 위축으로 고민해 온 일본 공산당이 창당 후 처음으로 천황제와 자위대의 존재를 인정하는 당 강령을 채택했다.

일본 공산당은 17일 제23회 당 대회를 열어 1961년 이후 43년 만에 천황제와 자위대의 조건부 인정 및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의 개혁을 표방하는 새 강령을 통과시켰다.

이는 일본사회 전체의 우경화 흐름에 위기감을 느낀 공산당 지도부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추진 중인 ‘현실유연노선’의 결정판으로 해석된다.

도쿄신문은 “공산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켜 자민당과 민주당 등 보수성향 정당에 대한 비판 표를 끌어 모으려는 현실 노선”이라고 평가했다.

당 강령 채택 투표에서는 1006명의 대의원 가운데 단 1명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새 강령은 자위대 해산을 요구한 종전의 강령과 달리 ‘국민의 합의로 헌법9조(무력행사 및 전쟁 포기)의 완전실시(자위대의 해소)를 향해 전진한다’고 명기했다. 이는 ‘자위대가 헌법 위반이라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으나 일정 기간 존속은 불가피하다’는 2001년 당 대회의 결의를 계승한 것이다.

지금까지 폐지를 요구해 온 천황제에 대해서도 ‘헌법상의 제도인 만큼 존폐는 국민의 총의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며 사실상 천황제를 인정했다.

후와 데쓰조(不破哲三) 의장은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를 장기적인 프로그램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며 “우선 7월의 참의원 선거에서 새 강령이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96년 중의원 선거에서 26석을 획득한 일본 공산당의 의석(중의원)은 2000년 20석, 지난해 9석으로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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