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독재자' 결국 비참한 末路

  • 입력 2003년 12월 15일 02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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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세인 일가1990년 찍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일가의 가족사진. 소파에 앉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왼쪽이 부인 사지다이고 오른쪽은 막내딸 할라. 후세인 뒤 턱수염을 기른 이와 오른쪽 끝에 서 있는 이가 각각 장남 우다이, 차남 쿠사이. 두 사람 모두 7월 자신들을 생포하려는 미군에 저항하다 사망했고 왼쪽에 선 두 사람은 후세인의 사위들로 1996년 역모혐의로 처형됐다. AP연합
후세인 일가
1990년 찍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일가의 가족사진. 소파에 앉은 후세인 전 대통령의 왼쪽이 부인 사지다이고 오른쪽은 막내딸 할라. 후세인 뒤 턱수염을 기른 이와 오른쪽 끝에 서 있는 이가 각각 장남 우다이, 차남 쿠사이. 두 사람 모두 7월 자신들을 생포하려는 미군에 저항하다 사망했고 왼쪽에 선 두 사람은 후세인의 사위들로 1996년 역모혐의로 처형됐다. AP연합

올해 초까지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66)은 아방궁을 방불케 하던 바그다드의 대통령궁 본궁을 비롯한 이라크 전역 100여개의 별궁을 집으로 삼았다. 그러나 그가 체포되던 13일 몸을 숨기고 있던 곳은 고향 티크리트 인근의 창고 지하실에 파놓은 땅굴이었다.

그는 이라크전쟁이 터진 이후 “미군에게 생포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에게 목숨을 건 성전(聖戰)을 촉구했으나 이곳에서 비참하게 산 채로 도피 생활을 마감한 것이다.

그는 1937년 티크리트 외곽의 작은 마을 알로자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생후 9개월 만에 부친이 숨지고 어머니 사브아가 재혼하면서 계부의 구박을 받았다. 그의 숙부는 어린 그에게 굴복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사람’이 되라는 뜻에서 ‘사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후세인은 바그다드에 있던 외삼촌 카이르 알라의 집으로 옮겨 중고등학교를 마쳤으나 장교였던 외삼촌이 영국에 반대하는 라시드 정권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투옥되는 바람에 어렵게 사춘기를 보냈다.

성장한 후세인은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주창한 외세 배격, 아랍민족주의를 추종했다. 1956년 이라크 반체제인사들이 친영(親英)파인 파이잘 2세 당시 국왕에 저항하는 운동을 하자 후세인은 행동대원으로 참여하면서 사회주의 바트당에 입당했다. 같은 해 이라크 자유장교단이 쿠데타로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국을 세웠다.

후세인은 장교단 내부의 권력 투쟁 과정에서 60년 쿠데타 지도자 압둘 카림 카심 장군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다가 발각돼 투옥됐다. 그러나 간수를 매수해 탈옥하여 이집트로 망명했다.

그는 궐석재판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63년 바트당이 카심을 제거하자 귀국했다. 이후 티크리트 출신들이 바트당을 장악하면서 승승장구했다. 66년 바트당 사무부총장에 선출됐으며 후견인인 아흐마드 하산 바크르 장군이 68년 쿠데타로 대통령이 되자 혁명평의회 부의장에 임명됐다.

그는 바크르의 신임을 얻기 위해 하루 4시간만 자고 18시간을 일했다. 그는 79년 바크르 대통령이 숨지자 마침내 대통령에 선출됐다. 그는 스탈린을 추종했으며 침실에 스탈린 관련 책을 쌓아두고 탐독했다.

그는 수백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소련처럼 수백개의 부족으로 이뤄진 이라크를 통치하기 위해 억압정책을 썼다. 취임 직후 60여명의 혁명평의회 의원을 공개처형하는 등 공포정치를 폈다.

결심하면 실행하는 행동주의자로 친위대와 보안군을 운영해 도전 세력을 철저하게 제거했다.

79년 이란에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슬람 혁명정권이 들어서고 이라크 내에서도 시아파가 꿈틀거리자 그는 이듬해 곧장 이란과의 8년 전쟁에 나섰다.

서방은 “미치광이보다는 망나니가 낫다”는 이유로 후세인의 이라크에 무기를 지원해 이란혁명 확산을 막고자 했다.

후세인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이란과의 전쟁으로 지게 된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90년 석유 부국인 친미 쿠웨이트를 침공했으나 최대의 실책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그를 적으로 규정했다. 결국 그는 91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걸프전쟁을 벌인 뒤 올해 아들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도 전쟁으로 맞선 끝에 이들 부자(父子)의 전리품이 되고 말았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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