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블레어 정상회담 직전 “꽝”

  • 입력 2003년 11월 20일 2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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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사일생20일 폭탄테러로 쑥대밭이 된 터키 이스탄불의 영국영사관에서 한 부상자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다. 영국영사관과 영국계 은행인 HSBC를 대상으로 한 테러로 적어도 27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AP]
구사일생
20일 폭탄테러로 쑥대밭이 된 터키 이스탄불의 영국영사관에서 한 부상자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왔다. 영국영사관과 영국계 은행인 HSBC를 대상으로 한 테러로 적어도 27명이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AP]

20일 터키 이스탄불 영국영사관 등을 강타한 폭탄테러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정상회담을 갖기 직전 터졌다.

닷새 전 이스탄불 유대교 교회당에 대한 자살폭탄 테러의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또다시 대규모 테러가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번 테러의 1차 대상은 영국이었지만 이미 파병 철회 방침을 밝힌 터키를 무대로 발생했다는 점도 주목을 끈다.

▽테러의 목표는 영국=자살폭탄 차량은 이스탄불의 상업중심지 베올그루 구(區)에 있는 영국영사관과 르벤트 구의 영국계 은행 HSBC 지점 건물로 돌진했다.

테러 발생 직후 제대로 파악되지 않던 사상자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해 27명이 사망하고 450여명이 부상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터키 현지방송 NTV와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때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로저 쇼트 터키 주재 영국총영사가 결국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AFP와 CNN이 영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폭발 직후 직원들을 긴급 점검했으나 보이지 않는 직원들이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영사관 주변에서만 최소한 16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영국영사관에 대한 테러는 폭발물을 가득 실은 픽업트럭이 정문으로 돌진해 폭발하면서 일어났다. 폭발과 동시에 정문 옆 부속 건물 2채가 산산조각이 나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영사관이 입주해 있는 25층 건물과 300여m 떨어진 건물의 유리창이 모두 산산조각 났으며 주차돼 있던 차량들도 크게 부서졌다. 영사관 직원과 주민들은 유혈이 낭자한 모습으로 거리를 헤매며 울부짖었고 휴대전화로 다급하게 친지들의 안부를 묻기도 했다.

12층 건물인 HSBC은행에서는 폭발 직후 화재가 발생했으며 은행 앞에는 시신 조각이 널려 있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부상자들을 긴급 후송하는 구급차들의 사이렌이 이스탄불 시내 전역에 울려 퍼졌다.

▽테러의 의도=압둘카디르 아크수 터키 내무장관은 이번 테러가 5일 전 발생한 유대교 교회당 자살폭탄 테러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테러의 배후로 알 카에다 및 관련 조직을 지목했다.

터키 아나톨리아 통신은 연쇄 테러가 발생한 직후 신원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이번 테러는 알 카에다와 지하 이슬람단체인 IBDA-C가 합동으로 저질렀다는 전화를 걸어 왔다고 보도했다. 아나톨리아 통신은 이 사람이 “우리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이슬람은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미국과 함께 이라크전쟁을 주도한 영국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인 동시에 미국 및 이스라엘과 가깝게 지내는 터키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영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에 테러를 저질러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는 영국군은 1만명에 이르며 스트로 외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의 치안상황이 악화될 경우 영국군을 추가로 보낼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러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국가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했다.

잇달아 발생하는 테러는 이라크 파병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일본 등의 파병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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