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비밀녹취록' 존슨대통령, 케네디 죽자 재키 유혹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4시 22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1962년 백악관의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 비밀 녹음 장치를 설치했다. 집무실 내의 대화와 전화 통화를 모두 녹음한 이 테이프는 린든 B 존슨,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까지 쓰이다가 결국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에 관여한 물증을 남기게 됐다. 영국 BBC는 최근 미 당국의 허락을 받아 이 테이프를 청취한 다음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고 권력자이지만 그들의 사생활은 그들이 얼마나 결점 많고 모순에 찬 인물인지 알게 한다"고 전했다.

남부 텍사스 출신인 존슨 대통령은 매력적이었지만 거칠고 저속한 면이 있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후 취임한 그는 미망인인 재키 케네디에게 흑심을 품었던 게 아닌가 의심을 살만한 전화를 걸었다.

"당신은 이 대통령을 갖고 있다오. 이 대통령은 당신을 믿고 의지하지. 당신이 가졌던 대통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겠지만. 좋은 대통령 여러 명의 주위를 오간 여성들은 많지 않아요. 그러니 꼭 명심해요. 당신은 생애 최고의 직업을 갖고 있다고."

재키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두 명의 대통령을 오가는 여자', 내가 사람들 입방아에 이런 식으로 오르내리고 있어요!"

존슨 대통령은 전속 재단사에게 양복바지가 너무 꼭 낀다며 새 것을 주문하면서 '호두알''자루 주둥이'처럼 남성 하반신의 여러 부위와 관련된 저속한 용어들을 쓰다가 거친 트림까지 내쏟았다고 BBC는 전했다.

닉슨 대통령은 편집증, 조잡함, 자기 연민에 빠졌음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을 남겼다. 존 미첼 당시 검찰총장과 함께 차기 연방대법원 판사 후보들을 놓고 대화할 때는 이렇게 말했다. "이봐, 존, 난 '넘버 원' 법대를 가진 못했어. 그게 날 계속 끌어내리는 거야. 자넨 어땠어?" "저한테도 30년 동안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신 주변엔 하버드 출신들이 많지. 그 친구들 머리 속은 무르고, 일은 열심히 안 해."

케네디 대통령은 녹음 장치의 창안자답게 펜 꽂이에 비밀 스위치를 숨겨놓고 원하는 대화만 녹음시켰다. 그는 극단적인 대치 순간에도 놀랄 만큼 유유자적하고, 위기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 짓눌리지 않았다고 BBC는 전했다. 1962년 소련 함선이 쿠바로 미사일을 가져오던 일촉즉발의 시간에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

아버지뻘 되는 아이젠하워가 "미국이 쿠바를 친다 해도 적들이 우리한테 미사일을 쏠 것 같진 않네…" 하고 말하자 케네디 대통령은 쿡쿡거리면서 혼자 웃었다. "이야, 좋아요, 우린 바싹 밀어 붙여야 겠네."

케네디는 훗날 회고록 집필을 위해 이 녹음 장치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좌관들이나 정치적 동료들, 정적들과 대화를 나눈 후 나중에 그들을 설득하거나 강요할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BBC는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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