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유혈시위…父子권력세습 - 부정선거 항의

  • 입력 2003년 10월 19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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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구소련에서 독립한 카스피해의 자원부국인 아제르바이잔에서 부자(父子)권력 세습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15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헤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80)의 아들인 일함 알리예프 총리(42·사진)의 당선이 확정되자 수도 바쿠에서는 16일부터 수천명의 시민이 부정선거와 권력 세습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시위대 2명이 사망했다. 서방에서 파견된 선거감시단 요원들은 “마치 전쟁이 일어난 것 같다”고 현지 상황을 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200여명을 체포하고 이번 대선에서 알리예프 부자에 맞섰던 야당 지도자 이사 감바르(46)까지 체포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12%를 득표해 2위를 차지한 감바르씨는 “선거운동과 투·개표 과정에서 각종 부정 불법 행위가 이어졌다”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은 부정부패와 유례없는 권력 세습에 대한 반감 때문. 알리예프 대통령은 건강이 악화되자 아들 일함과 나란히 대선 후보에 등록했다가 선거 전에 사퇴, 일함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알리예프 대통령은 1993년 집권했으나 구소련 시절에도 국가보안위원회(KGB) 지부장과 공산당 제1서기를 지내는 등 사실상 30년 이상 아제르바이잔에서 절대 권력을 휘둘러 왔다. 아들 일함도 국영석유회사 부사장과 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으나 여자와 도박에 탐닉하고 성격이 잔인해 악명을 날리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풍부한 석유와 가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알리예프 일가의 장기 집권과 부패로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낙후된 경제에서 벗어나지 못해 ‘카프카스의 북한’으로 불려 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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