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한인 이주 100년사 집대성한 이덕희씨

  • 입력 2003년 10월 6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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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와이의 한인 이주 100주년 기념사업회 부회장 이덕희씨(62·사진)는 ‘이민사에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다. 한인 이민들의 발자취를 복원하는 데 매달린 지 벌써 13년째.

이주 100주년을 기념해 올해 하와이를 찾은 학자, 정부관리, 언론인들 중 이씨를 거쳐 가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언론의 이민사 추적보도, 학자들의 저작, 정부의 기념사업 계획도 대부분 이씨가 발굴해 정리한 자료를 밑거름으로 했다.

이씨가 이민 발자취를 더듬기 시작한 것은 1991년. 하와이 주정부의 환경계획 자문에 응하다가 선조들의 흔적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국계는 차이나타운이 있고 일본계 역시 호놀룰루 시내에 논밭을 일궜던 터가 남아있지만 한인들의 터전은 딱히 알려진 데가 없었지요.”

1996년부터는 개인회사(환경계획연구소·DHM)를 사실상 폐업하고 이민사 발굴에만 매달렸다. 하와이 내 소수(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한인들이 ‘그저 그런’ 민족이 되는 게 싫었다고 한다.

이씨는 미국 대학에서 사회학과 도시계획학을 전공해 사실상 이민사 발굴의 적임자다. 방대한 옛 기록을 뒤져 가며 흩어진 한인들의 삶을 한데 모으는 작업은 과학적 방법론과 현지 인맥을 동원해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1997년 발굴한 사탕수수 농장의 한인 근로계약서는 가장 큰 보람이었다. 고용계약 증빙서류를 찾아 에바(Ewa)농장의 고서류철을 뒤지던 중 서류철을 묶을 때 덧대는 제본지가 계약서를 몇 겹씩 접은 것임을 우연히 발견한 것.

이씨는 98년부터 올해까지 현지 언론에 틈틈이 쓴 하와이 한인사를 이달 중 ‘미주 한인 100주년’으로 엮어 국내에서 출간하기 위해 내한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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