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한국소녀 손 에스더양 英대입고사 '올 A'

  • 입력 2003년 8월 22일 18시 33분


“언젠가 세계 여러 학자들과 함께 인류의 질병을 퇴치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싶어요.”

14일 영국 대입자격고사에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역사 일반상식 등 6과목 모두에서 A학점을 받고 명문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에 합격한 손 에스더양(17.사진)은 수줍은 듯 웃으며 장래의 포부를 밝혔다.

A레벨이라고 불리는 영국 대입자격고사는 응시과목 중 3과목에서만 A학점을 받아도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등 명문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 만큼 까다로운 시험. 손양같이 6과목에서 A학점을 받는 것은 영국에서도 드문 일이다.

손양이 영국으로 건너간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인 1999년. 목사인 아버지가 신학 공부를 위해 교회 장학금을 받아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온 가족이 함께 영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영국 공립학교에서는 숙제를 안 해도 야단을 치지 않는다”며 “시키는 사람 없어도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게 제일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학교가 오후 3시면 끝나기 때문에 친구들과 노느라 바빠서 시험 때마다 ‘벼락치기’를 하기 일쑤였다는 것.

하지만 과학에 대한 흥미와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그를 학문의 길로 이끌었다. 간호사였던 어머니와 목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항상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왔기 때문.

그는 “처음에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생화학을 연구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구의 혜택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양은 “부모님이 영국 유학 중이라 공립학교까지는 장학금 혜택을 받았지만 대학에는 해당되지 않아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고생하신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 입학을 1년 미루더라도 아르바이트 등을 해 직접 학비를 벌 계획”이라며 웃음지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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