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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2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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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도심 곳곳에는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을 상징으로 한 깃발이 흩날리고 있어 이 행사가 시민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4000평이 넘는 행사장이 있는 네이비 피어(Navy Pier)는 도심에서 차로 약 20분 걸리는 곳으로 미시간 호반을 끼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185개의 화랑과 화상(畵商), 작가, 전시기획자, 언론인과 관객 등 4만여명이 몰렸다. 하지만 이라크전 여파에 따른 경기불황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까지 겹쳐 유럽의 유수 화랑 20여개가 참여를 안 한 데다 판매율도 전년도의 70%(올 총 판매금액 5000만달러 추정)에 그쳐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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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행사의 가장 큰 특징은 사진의 강세. 전체 화랑이 선보인 약 2000여점 가운데 절반이 사진작품이었다. 주최측은 올해 국제 사진딜러협회와 연계해 사진전문 갤러리들의 참여를 독려했다고 밝혔다. 토머스 블랙맨 조직위원장은 “최근 들어 미술 소비자들의 사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해 현대작가들을 중심으로 한 사진작품들을 많이 선보이려 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인물사진을 비롯해 남녀의 성행위를 묘사한 파격적인 에로틱사진, 선혈이 낭자해 공포를 자극하는 사진, 풍경사진 등 다양했다. 가격은 100달러에서 25만 달러로 천차만별이었지만 주로 1만∼3만달러 작품들이 팔렸다.
세계의 유명 비엔날레나 미술관들이 미디어아트를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표현기법으로 주목하는 것과 달리 이번 아트페어에서는 회화작품이 많이 출품돼 ‘회화의 건재’를 과시했다. 회화의 경우 고전주의부터 현대회화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와 나무 대리석 퍼즐 등 다채로운 기법이 동원됐다. 조각작품과 영상, 설치미술작품 등은 간간이 눈에 띄었으나 별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한편 중국 작가들의 작품이 미국 화랑을 중심으로 많이 출품됐다는 것과 불상을 응용한 회화나 설치작품들도 눈에 띄어 서양에 일고 있는 동양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앙리 마티스, 조르주 루오, 베이컨을 비롯해 빌렘 드 쿠닝, 알베르토 자코메티, 데이비드 호크니, 앤디 워홀 등 20세기 대가들의 작품도 선보여 눈길을 모았다. 이들 작가들의 경우 1만∼3만달러의 판화작품들이 많이 팔렸다.
올 아트페어에는 6곳의 한국 화랑들이 참여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주최측도 한국 화랑의 대거 참여를 올 행사의 4대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박영덕 화랑이 김찬일 함섭 이정연 정현숙 윤정희, 표화랑이 박성태 이우환 곽훈 오수환 이융세, 박여숙 화랑이 박서보 정창섭 이왈종 임만혁, 카이스갤러리가 양만기 민병헌, 아미 화랑이 이두식 장순업 고영일 차대영, 줄리아나 갤러리가 문학진 김재관 이인씨 작품을 냈다. 이 중 서양화가 김찬일씨(42)가 출품한 ‘Dots’ 연작시리즈 12점이 개막 당일 모두 팔렸으며 박성태씨의 작품도 외국 화랑에서 초대전을 제의받는 등 관심을 끌었다.
시카고=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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