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인천국제공항은 '흰 마스크 물결'

  • 입력 2003년 4월 28일 15시 14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진원지 격인 중국에 가있던 유학생과 어학연수생, 상사 주재원 등의 귀국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천국제공항에는 흰 마스크를 두른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중국에서 출발한 한국인들은 한결같이 마스크를 쓴 채 입국하고 있으며 검역대와 입국 심사대 등의 직원들도 1회용 위생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근무를 하고 있다.

27일 오후 8시경 인천공항 입국장 9번 게이트 앞 검역대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특별기를 타고 온 승객 194명은 체온 검사, 검역 설문지 제출 등의 '통과 의례'를 거친 뒤 입국장을 빠져 나갔다.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이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검역관, 간호장교, 위생병 등 6명은 "학생들은 별도로 신분을 알려달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선후배 사이로 베이징에서 함께 유학 중인 나종호(26·베이징대) 고민성씨(23·어언대)도 이날 베이징공항과 인천공항에서 까다로운 출입국 수속을 거쳤다.

나씨의 경우 베이징공항을 나설 때 더위로 인해 체온이 37.5도를 넘어서는 바람에 강제로 병원 응급차에 실려 공항 인근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은 뒤에야 가까스로 여객기를 탈 수 있었다.

나씨는 "중국 검역당국은 체온 37도를 넘는 승객의 출국을 금지시키고 있으며, 베이징 도심 주택가에서는 매일 수차례 소독이 실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 시내에서 한국 유학생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우다코의 한 아파트에서 자취하는 고씨는 "한국 학생의 95% 이상이 다음달 초순까지 귀국할 것"이라며 "아직 사스에 걸린 한국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월 어학연수를 떠났다 이날 귀국한 20대 후반의 승객은 "1년 과정으로 어학연수를 할 예정이었지만, 사스 전염이 우려돼 중도에서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말했다.

사스 환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은 지역에서도 귀국을 서두르는 한국인들이 부쩍 늘었다.

이날 오후 6시경 대한항공을 타고 톈진(天津)에서 도착한 충남대학의 중국어 연수생 30명도 어학연수 일정을 2개월 앞당겨 귀국했다.

이들을 인솔한 충남대 김명학(金明學·중문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1월부터 6개월 동안 톈진대학에서 중국어 연수를 받기로 했으나 학부모들의 귀국 종용으로 연수를 중도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국에서 입국하는 한국인들이 크게 늘어나자 보건당국은 사스의 국내 유입을 우려해 검역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미 23일부터 간호장교, 위생병 등 군의료 인력 36명이 인천공항검역소에 투입됐다. 또 검역당국은 공항 검역관 29명의 근무 체제를 '24시간 근무 후 48시간 휴식'에서 '36시간 근무 후 36시간 휴식'으로 바꿨으며, 공항에 자동 체온측정기를 새로 들여놓았다.

인천공항검역소 관계자는 "중국에서 하루에 7000명가량의 승객이 입국하고 있다"며 "고열, 기침 등 사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승객이 하루 2~4명씩 나타나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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