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싸인 사스 감염경로

  • 입력 2003년 4월 4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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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로 알려졌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감염 경로를 밝혀내느라 각국 보건 당국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아모이가든(淘大花園) 아파트 주민 집단 감염사건을 조사중인 홍콩 보건당국과 의학 전문가들은 4일 사스 감염자의 용변에 묻어 있는 바이러스가 바람을 타고 확산될 수 있다는 잠정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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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결과가 사실로 판명날 경우 손을 씻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기존 예방책이 무용지물이 될 뿐더러, 공기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감염될 수 있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전망이다.

홍콩 보건당국은 "아모이가든 아파트 E동 주민 270명을 사스에 집단 감염시킨 바이러스는 바로 옆동 건설공사 현장 꼭대기층에 임시로 설치된 이동식 화장실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국은 또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 한 명이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장 화장실에서 샘플을 채취해 성분 분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의학 전문가들은 "사스에 걸린 일부 환자들의 소변 성분을 분석한 결과, 사스 바이러스가 함유된 것으로 밝혀졌다"며 "인부가 본 용변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면 주민들에게 전염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찮다. 미생물학 전문가들은 "바람을 통해서도 전염된다는 주장은 공사 현장의 다른 인부 200여명과 아모이가든 저층 주민들이 감염되지 않은 점을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건부 수석의료고문 도널드 헨더슨 박사는 "감염 경로가 의문투성이"라고 전제한 후 "아모이가든 집단 감염 사건만 놓고 볼 때 바이러스가 물 또는 공기중에 떠도는 분무 형태의 체액방울을 타고 다닌다는 추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홍콩의 메트로폴 호텔에서 감염된 투숙객 10여명이 홍콩을 떠나면서 바이러스를 다른 나라로 옮겼는데 정작 호텔 직원들은 한 명도 감염되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콜롬비아대학 보건대학의 로빈 그슨 박사는 "증상이 전혀 없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균을 퍼뜨리고 다니고 있는 보균자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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