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고위관리 "한국 원하면 내일이라도 철수"

  • 입력 2003년 3월 19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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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18일 한국 언론사 워싱턴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미간 현안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최근 고건(高建) 총리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군 재배치의 연기를 요청했는데….

“우리의 입장은 고 총리의 요청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협의 과정에 있으며 상호합의를 이루려 한다. 병력 재배치는 한반도에서의 군사력을 강화하고 동맹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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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감축 계획은 있나.

“주한미군 병력의 재조정과 재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2사단 주둔지를 비롯해 여러 곳에서 도시화가 진행돼 주둔지를 옮겨야 한다. 용산기지 이전도 91년에 합의한 것이며 12년 동안 협의한 뒤 매우 민감한 정치적 문제가 되고 있다. 지금 이동하지 않으면 계속 말썽이 생기고 한국민의 우리에 대한 반감이 계속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디를 염두에 두고 있나.

“그것은 한국 정부에 달려 있으며 앞으로 50년 동안 지속적으로 주둔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용산에서는 빨리 나와 옮기고 싶다. 한강 이남을 원하며 오산 평택 등 기존 지역도 좋고 다른 남쪽 지역도 좋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장소를 선택하고 병력 이동을 시작하기를 원한다.”

―2사단은 어디로 옮기는가.

“2사단은 시설이 매우 낡았고 주변에 아파트와 집들이 많이 지어져 유사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없다. 한강 이남이 좋을 것이다.”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인계철선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으며 매우 불공정한 말이다. 미국인이 먼저 죽지 않는 한 한국군이 한국을 방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한국군의 진정한 능력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군은 세계적인 전투력을 갖추고 있다. 우리는 그들이 전방에서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는 더 이상 인계철선이 아니다. 그것은 20∼30년 전 적용되던 얘기다. 우리는 한국의 추가적인 역할과 책임 그리고 우월한 역할을 원한다.”

―북한이 남침하면 미국은 여전히 자동개입하나.

“한국에 대한 우리의 방위공약은 매우 강하다. 우리는 전투 개시 몇 분 안에 미국인들이 숨질 것을 안다. 북한은 오산 공군기지와 평택 등 미군기지를 먼저 공격할 것이다. 스커드 미사일 시대에 기계적인 인계철선 개념은 잘못된 것이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주둔하는 것이 아닌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우리는 한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주둔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민이 원하면 내일이라도 떠난다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안보협약 말고도 지역적 안정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주둔하고 있다. 그 역할의 전제조건은 한미동맹이다. 유엔 감시하의 정전협정도 존재한다. 한국은 민주국가이기 때문에 정부가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 정부가 떠나라면 국민이 떠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시작전권 문제에 대한 입장은….

“현재의 상황이 최선이라고 보며 그것을 바꾸려면 한국과 미국의 고위인사들이 협의해야 한다. 현 상황은 50년 동안 계속돼 왔으며 지금 그것을 바꾸는 것은 커다란 결정이며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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