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터키 군사지원’ 극적 합의

  • 입력 2003년 2월 17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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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반전시위와 프랑스 등 반전축(軸) 국가들의 외교 공세로 주춤거렸던 미국의 대이라크전쟁 행보가 다시 빨라질 조짐이다.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2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이르면 18일(현지시간) 유엔에 낼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가 무기사찰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를 2주 내 파악할 수 있는 일종의 ‘특수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라크가 여기에 실패하면 프랑스 등의 반전 명분이 사라질 것으로 미국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시험은 △이라크 정부관리의 녹음 가능성을 배제한 이라크 과학자 개별면담 △조건 없는 정찰비용 허용 △허용 사거리를 넘어선 미사일 파괴 등이 포함돼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같은 미국측 움직임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이날 터키에 대한 군사지원에 극적으로 합의함으로써 터키를 발판으로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미국의 군사외교는 주요한 걸림돌을 제거했다.

NATO 회원국들은 이날 마라톤 협의 막바지까지 벨기에가 “터키에 대한 군사지원을 이라크 유엔결의와 연계해야 한다”고 주장해 타결이 물건너가는 듯했으나 막판에 “NATO의 모든 회원국은 터키가 제기한 (이라크 보복공격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적절히 기여한다”는 데 합의했다.

다만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3국은 합의 후 “이라크 문제는 유엔결의 내에서 평화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17일 열릴 유럽연합(EU) 정상회담 합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편 아랍연맹 22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5, 16일 이집트 카이로의 연맹본부에서 긴급 회의를 갖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계획과 쿠웨이트에 대한 이라크의 위협에 모두 반대한다’는 결의를 채택했으나 아랍정상회의 일정에 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결의는 이라크 공격을 언급하면서 미국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지 않았으며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등 미군 주둔을 허용한 회원국들에 대한 제재안도 논의하지 않았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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