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반대론자 '또 하나의 메세지']부시, 십자군전쟁?

  • 입력 2003년 2월 9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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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對)이라크 공격이 기독교 신앙으로 무장한 ‘십자군 전쟁’이 될 것인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자들은 그가 ‘신(神)’을 위해 이번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6일자에서 전했다. 이 주간지는 “신을 위한 전쟁은 ‘문명의 충돌’로 비화돼 기독교와 이슬람의 전면적인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대통령은 9·11테러가 발생한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십자군 전쟁’으로 표현했다가 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축출을 ‘악의 축’에 대한 응징으로 여기고 있다는 증거들이 적지 않다.

6일 국가 조찬기도회에서는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과 조지 테닛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두고 “시련의 시기에 두 리더가 성경과 기도를 나누고 있다는 것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국민의 특성과 억압에서 해방되려는 욕망, 신의 의지 때문에 시련의 시기에서 승리할 것이며 이 시기 우리에게는 기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때 음주벽에 빠졌다가 기독교인으로 거듭난 부시 대통령은 지금은 매일 아침 무릎 꿇고 기도하는 ‘지미 카터 이후 가장 종교적인 대통령’. 그의 연설문 작성가였던 데이비드 프럼이 부시 대통령을 처음 대면했을 때 들은 말은 “백악관 성경공부 모임에서 당신을 보지 못해 섭섭했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200개가 넘는 기독교 TV채널, 1500개의 기독교 라디오방송국이 있는 가장 기독교적인 국가. 정치적 영향력도 커서 복음주의의 한 교단인 남침례교회 신자들은 공화당의 ‘근위병’을 이루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속한 교단인 연합감리교회(United Methodist Church)에서도 반전(反戰)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그의 종교적 색채를 근거로 이라크 전쟁을 종교전쟁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슬람 국가들과는 달리 성(聖)과 속(俗)이 엄격히 구분된 세속적인 국가이며, 9·11테러 이후 테러리스트 네트워크와 ‘깡패국가’,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등 3가지에 대한 너무도 세속적인 공포를 제거하기 위해 외교정책을 펴고 있을 뿐이라고 이 주간지는 결론지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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