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실명딛고 美한인 최고위직 오른 강영우 백악관 차관보

  • 입력 2003년 2월 9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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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失明)을 극복하고 2001년 재미 한인으로서는 최고 공직인 미국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 차관보에 임명돼 활동 중인 강영우(姜永佑·59) 박사.

그는 7일 아시아 국가들의 명절인 설을 계기로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아시아계 미국인 고위 공직자 78명이 초청된 백악관 축하행사에 부인과 함께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5명의 재미 한인들이 초청됐지만 강 박사는 78명의 참석자 가운데 상원에서 인준받은 공직자 17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긍지를 느꼈습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계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거든요. 개인적으로는 불가능하리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뤄져 감개무량하기도 했어요.”

미 국가장애위원회는 차관보급 위원 15명으로 구성된 대통령 직속의 연방정부 독립기구로 연간 예산이 300만달러에 이른다. 상근 직원 14명이 조사한 장애인들의 사회 통합, 자립, 권리 증진 등의 문제를 보고서로 만들어 3개월마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회의에 제출하고 정책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미국에선 전체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5400만명이 장애인으로 분류됩니다. 이중 약 10%는 생활이 어려운 심각한 장애가 있지만 10%는 정서장애나 장기적인 지병을 가진 사람으로 한국에서는 장애인으로 잘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됩니다. 이들은 인권과 직업, 사회활동 등에서 불이익을 당하거나 차별받지 않기 위해 장애인임을 밝히는 것입니다. 그게 한국과는 다른 거죠.”

강 박사는 한국의 장애인 정책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 1996년 유엔이 제정한 ‘루스벨트 국제장애인상’을 한국이 처음 수상하게 된 것은 당시 유엔 세계장애위원회 위원이었던 강 박사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김영삼(金泳三) 당시 대통령은 국제장애인상 수상을 계기로 ‘올해의 장애극복상’을 제정하고 장애인편의시설법을 제정했다. 강 박사는 1992년 노태우(盧泰愚) 대통령의 지원으로 국제교육재활교류재단을 설립해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의 장애인 정책에 대해 그는 “법과 제도가 갖춰져 있어도 그게 제대로 지켜지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며 특히 국민의 의식이 더 변해야 한다”면서 “권력자가 선심 쓰듯이 장애인 정책을 다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실명한 뒤 서른이 다 돼서 미국에 이민와 고위 공직자가 된 제 경우는 젊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11월 저서 ‘내 안의 성공을 찾아라’(생명의 말씀사)를 출간한 것도 그런 뜻에서였다”고 말했다.

강 박사는 가정적으로도 성공했다. 부인 석은옥(石銀玉·60)씨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었는데 의학박사인 장남 진석씨(30)는 듀크대학병원 안과 전공의이며, 법학박사인 차남 진영씨(27)는 리처드 더빈 상원의원(일리노이주)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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