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릭스 단장은 14일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27일 안보리에 제출하는 보고서는 잠정적인 ‘개정판(update)’이며 사찰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찰이 군사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단계에 와 있다는 미국의 인식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안 1441호에 따르면 사찰단은 사찰 개시 후 60일째인 27일까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나 이후 보고서 제출 시한은 명시하지 않았다. 그는 분기별로 보고서를 제출하는 전례에 비춰 3월 중 중요보고서를 내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1월 중 사찰완료 후 2월 공격’이라는 미국의 시나리오가 실행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이날 월례기자회견에서 “사찰단원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USA투데이는 13일 대규모 육해공군 병력 이동의 복잡성 등 때문에 미군의 이라크 공격 개시 시점이 당초의 2월 중순에서 2월 말 또는 3월 초로 변경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3일 바티칸 주재 각국 외교관들에게 행한 신년사에서 “대이라크전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유엔 제재로 이미 고통받고 있는 이라크 국민에게 피해를 줄 뿐”이라면서 처음으로 개전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미국은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대변인이 “대통령은 아직 (이라크 공격을 위한) 정확한 시간표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해 공격 연기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병력 파견 등 공격 준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AP통신은 13일 미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수륙양용 공격함 등 각각 7척의 함정과 약 7000명의 병력으로 구성된 함대 2개 등 해군을 이번주 중 페르시아만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페르시아만에 투입돼 있는 6만여명과 추가 투입하기로 최근 서명한 병력을 합하면 곧 총 25만여명의 미군 병력이 이라크 주변에 배치될 전망이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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