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저널]‘떠날때를 아는 者’ 뒷모습이 아름답다

  • 입력 2003년 1월 3일 18시 02분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

시트콤 ‘사인펠드’의 인기가 절정일 때 물러난 제리 사인펠드나 역시 식지 않는 대중적인 인기를 뒤로 하고 은퇴한 토크쇼 사회자 조니 카슨 같은 이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일 떠나는 사람들의 다양한 뒷모습을 조명하며 ‘떠날 때를 아는 법’을 소개했다.

최근에도 많은 이들이 물러났다. 이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렸을까. 저널에 따르면 대통령 도전을 포기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은 가족, 원내총무직을 사임한 트렌트 로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동료들, 대주교직을 사임한 버나드 로 보스턴 추기경은 교황의 조언을 귀담아들었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수십년간 축적한 경륜을 통해 폭풍이 몰려올 것을 예감, 스스로 9·11 특별조사위원장직을 사임했다.

이처럼 다양한 결정들을 묶어 과학적 공식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이 질문에 매달렸지만 언제 그만두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인지에 관한 결론은 없다.

다만 몇 가지 금기는 있다. 먼저 혹시 대박이 터질지 모른다거나 이번만 피해가면 되겠지 하는 ‘도박자의 오류(gambler’s fallacy)’를 피해야 한다. 뇌는 자기를 합리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둘째, 희망 섞인 말을 하는 가족이나 부하직원의 말을 경계해야 한다. 친구보다는 적의 말에 귀기울이라고 연구자들은 말한다.

다음은 보다 적극적으로 물러나는 방법. 어떤 직책을 맡기 전부터 미리 ‘사직 수칙(stopping rules)’을 정하고 물러나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려줄 신호와 가상 시나리오를 적어놓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한 연구에 따르면 회사 고위간부의 65%가 사직해야 할 때 떠나지 않는 쪽을 택한다. 프로선수의 80%가 떠나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운동을 계속한다. 자신의 정체성이 무너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

그러나 저널은 벤치에 앉아 선수생활을 마감한 미식축구의 전설적 쿼터백 조니 유니터스나 660개의 홈런을 때리고도 볼을 떨어뜨리는 실수로 끝맺은 윌리 메이스의 사례를 들어 뒤늦은 은퇴가 더욱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이런 은퇴 저런 은퇴

승자로 내려온 사람

프로야구 투수 샌디 쿠팩스,

영국 그룹 비틀스,

아메리칸 풋볼선수 짐 브라운,

배우 그레이스 켈리

은퇴 후 복귀한 사람

프로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

대통령후보 로스 페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퇴장당한 사람

비방디 유니버설의 장 마리 메시

에르 전 회장,

하비 피트 전 미 증권감독위원장,

폴 오닐 전 미 재무장관

퇴장을 거부한 사람

탄핵당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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