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복제시대]전문가 3인의 시각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49분


27일 발간된 과학동아 1월호는 인간 복제가 인간의 존엄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찬반 의견을 다뤘다. 이 의견들과 함께 인간복제를 금지할 국제적 관리체제의 출범을 주창하고 있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주장을 소개한다. 그는 4월 저서 ‘후인간의 미래:생명공학혁명의 결과들’에서 인간복제가 미칠 재앙을 경고했다.

▼"현실"▼

복제인간의 탄생을 두고 마치 금방이라도 아돌프 히틀러 같은 이들이 나타나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복제인간은 출산시기가 많이 벌어진 쌍둥이에 불과하다. 유전자가 같을지라도 그 유전자들이 발현되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세상에 쌍둥이들이 좀 많아진다는 것이 그렇게도 끔찍한 일인가. 젊은 복제인간이 하느님을 영접하려 한다고 상상해보자. 교회는 과연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도 절대로 똑같은 영혼을 갖지 않는다. 영혼이 DNA의 직접적인 표현일 수 없기에 복제인간도 나름대로의 영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처음에는 복제인간 탄생이 깜짝 놀랄 사건이겠지만 계속해서 만들어지다 보면 마치 시험관 아기처럼 별것 아닌 것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복제인간에 대한 매력과 호기심은 의외로 빨리 사라질 것이다.

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유전자 조작이다. 몇 개의 유전자만 갈고 수십년을 더 살 수 있다면 누군들 마다하겠는가. 문제는 유전자 조작이 진화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데 있다. 똑같은 유전자들을 받아들이는 개인들은 유전적으로 우수해진다. 그러나 유전자의 다양성이 줄어 사회 전체는 엄청나게 연약하게 변한다는 모순이 숨어 있다.

인간의 존재 그 자체에 심각한 도전을 하는 복제인간의 탄생은 우리에게 전례 없이 어려운 문제를 던져준다. 일찍이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신세계’에 걸맞은 새로운 윤리가 필요하다. 과학적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그에 따라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윤리관을 확립해야 한다. 생명과학의 자기반성과 성찰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최재천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jcchoe@snu.ac.kr


▼"악몽"▼

배우자가 없어도 한 개체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발상을 현실화시키는 복제인간의 탄생은 매우 충격적이다. 복제인간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정을 비롯해 사회질서 전반에 혼란을 야기한다.

복제인간은 탄생 과정에는 여러 명이 관여된다. 체세포를 제공한 사람은 유전적 동일인,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가 있고, 자궁을 제공한 대리모가 있으며, 복제인간을 키울 의뢰인은 길러줄 부모가 된다. 이 가운데서 과연 누구를 복제인간의 부모로 인정해야 할까. 현행 법률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복제기술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는 인격이 아닌 물건으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크다. 복제인간은 ‘낳는 것’이 아니라 ‘만든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독립적인 도덕적 존재로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존경받을 자격을 가질 수 없으며 매매할 수 있는 물건처럼 인간이 대우를 받는 것이다. 인격은 조작되는 대상과 다르다는 점에서 복제인간은 사회적 기본가치를 파기할 수 있는 해악을 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복제인간은 기술적인 잘못으로 인해 신체의 기형이나 발달장애를 갖기 쉽다. 또한 정체성의 혼란으로 인해 받을 심리적 상처도 상당하다. 기형출산으로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받은 경우는 과학자에게 불법행위책임에 따라 손해배상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최초의 복제인간이 탄생했다고 해서 인간복제 행위가 허용된다는 뜻은 아니다. 비자연적인 과정을 통해서 인간을 복제하는 행위는 헌법상으로 보장돼 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복제는 인간사회와 가족, 그리고 복제에 의해 태어나는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비윤리적이다.



이인영

한림대 법학부 교수

liyou@hallym.ac.kr


▼"탈선"▼

인간을 유전학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심각한 정치적 사회적 도덕적 폐해를 끼칠 것이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처럼 유전자조작인간(IGM)이 속출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문명을 이뤄온 호모사피엔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후인간(Posthuman)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헉슬리는 1932년 ‘위대한 신세계’에서 선의를 가진 과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메스를 휘둘러 열성유전자를 제거해 우수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미래를 꿈꿨다. 바로 이듬해 33년 아돌프 히틀러는 ‘유전학적 질병을 가진 후손 출생 예방법’을 제정해 맹인과 청각장애인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불임시켰다. 이에 앞서 미국에서도 1907년 일부 주에서는 정신질환자와 간질환자를 강제불임시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열성인간을 제거하려는 사악한 욕망은 연원이 깊다.

지금은 상업적 이익 때문이다. 생명공학산업은 이미 미국에서만 250억달러의 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에게 파멸적인 재앙을 미칠 기술개발을 무제한 허용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한 국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화된 시대에 기술은 자유자재로 이동할 수 있다. 실제로 규제가 엄격한 독일의 복제기술 연구자들은 이런 연구에 관대한 영국으로 대거 옮겨갔다. 이 때문에 국제 관리체제의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핵무기와 화생방무기를 규제하는 데 성공했듯이 국제사회는 인간복제도 규제할 수 있다. 기술개발이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인간복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국제적 수준의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각국은 자국 내 규정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 특히 이 같은 국제체제는 미국의 조치가 있을 때 쉽게 출범할 수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교수

존스홉킨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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