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離韓 데라다 日대사에 듣는다]"日, 북핵 군사적해결 반대"

  • 입력 2002년 12월 27일 18시 00분


데라다 데루스케(寺田輝介) 주한 일본대사가 3년간의 근무를 마치고 1월 이한(離韓)한다.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병기(金炳基) 교수가 26일 데라다 대사를 집무실에서 만나 한일관계와 최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데라다 대사는 북한의 핵개발 재개 움직임에 대해 “중국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을 설득하게 해야 한다”며 “외교적 노력을 100% 다한 뒤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수순”이라며 군사행동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부임 기간 중 역사 교과서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문제 등 어려운 일이 많았다. 3년간 한일 관계를 총평하면….

“교과서 문제처럼 정치 외교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었지만 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지금의 한일관계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한일 국민교류의 해이기도 했던 올해 양국은 월드컵을 함께 치렀다. 올해에만 800건이 넘는 문화행사가 있었다. 한일 국민들의 상호 이해와 친근감이 깊어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를 만나 미래지향적 흐름 속에 있는 한일 관계를 더욱 심화시켜 달라고 했다.”

-재임 중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과 비슷한 현상이지만 한국에서는 정치 외교적 문제가 어느 단계에 오면 언론의 목소리가 강해지고 외교가 언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결과적으로 여론이 만든 외교라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한일 관계에 있어 심각한 문제다.”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북을 계기로 북-일 관계가 급진전될 것처럼 보였는데 핵 개발로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중유 지원도 중단됐다. IAEA가 북핵 문제를 안전보장이사회로 넘기면 단계적 제재조치도 나올 수 있는데….

“중유 공급을 중단한 것은 북한이 94년 제네바합의와 핵확산금지조약(NPT), 남북 비핵화 선언을 어겼기 때문이다. 공은 북한에 있다. 94년 제네바합의를 했을 때의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핵개발을 재동결해야 한다. 한미일 3개국의 외교적 노력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IAEA 논의가 안보리로 가기 전에 정상급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로 하여금 북한을 설득하도록 할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내년 1월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고 할 것이다. 내년 초 IAEA도 특별이사회를 열어 국제사회 차원에서 북한에 (핵문제 해결을) 요구할 것이다.”

-외교적 해결에 실패, 미국이 군사적 제재를 한다면….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평화적 해결을 공언하고 있다. 아직 외교적 노력을 100% 다하지 않았다. 외교적 노력이 끝나면 IAEA 이사회에서 해결해 나가는 게 수순이다.”

-오키나와기지에서 미군에 의한 성추행 사건이 났을 때 어떻게 해결했나.

“일본에서의 사건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오키나와 사건은 공무 외에 일어났던 범죄에 대해 일본이 1차 재판권을 갖는다는 주둔군지위협정에 따른 것이다. 이 조항은 한국에서도 똑같다.”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언제쯤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는가.

“3월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구성된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회에서 논의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2004년부터 FTA 본격 교섭이 시작될 것이라고 본다.”

-현재까지의 일본 문화개방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고 선진국으로서 모든 것이 자유롭게 움직여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정권 하에서 이뤄진 3차례 문화개방은 한국보다 일본에 영향을 더 많이 줬다.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깊어졌다. 가수 보아의 일본 연말 프로그램 출연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 문화 중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는지, 재임 기간 중 힘들었던 기억과 좋은 기억은….

“지방 여행을 자주 다녔다. 경주나 고대 한일 교류사를 느낄 수 있는 백제의 고도(古都) 공주와 부여도 좋았다. 제일 힘들었던 기억은 교과서 문제가 생겼을 때다. 1년에 8번 외교통상부로 불려갔다. 1년 동안 그렇게 많이 불려간 외교관은 없을 것이다. 가장 즐거운 일은 월드컵 공동개최를 성공적으로 마친 것이다.”

-야스쿠니신사를 대체할 일본 국립전몰자 추도시설 건립 논의가 흐지부지됐는데….

“민주사회에 여러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 정부는 연구그룹의 보고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 올 가능성이 있는지….

“아직 공식 초대받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취임식에는 고이즈미 총리가 참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양국 정상이 만나 한일 관계와 북핵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데라다 대사 약력

△1938년생 △도쿄대 법학부(1962)

△주말레이시아 일본대사관 참사관(1983)

△주프랑스 일본대사관 공사(1989)

△북-일 국교정상화교섭대표(1998)

△KEDO 이사회 대표(1998)



◇김병기 교수 약력

△1962년생 △하버드대 러시아·동구·중앙아 지역학 석사(1988)

△조지타운대 국가안보학 석사(1992)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미국 및 캐나다문제연구소 국제정치학 박사(1995)

정리〓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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