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부인 파문]셰리의 거짓말…눈물…

  • 입력 2002년 12월 11일 17시 50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부인인 셰리 블레어 여사(사진)가 아파트를 싸게 구입하는 데 도움을 준 한 사기 전과자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셰리 여사는 이 전과자와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하다가 들켜 야당인 보수당이 본격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맹공을 퍼붓고 있어 ‘셰리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셰리 여사는 지난달 브리스톨의 대학교에 다니는 맏아들 유안에게 집을 구해줄 겸, 부동산 투자도 할 겸해서 대출을 받아 두 채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매입 대리인으로는 셰리 여사의 의상 자문역인 캐럴 캐플린의 남자 친구 피터 포스터가 나섰다. 그가 나선 후 아파트 값은 당초 주인이 불렀던 26만9000파운드(약 5억3800만원)에서 20만파운드(약 4억원)로 크게 떨어졌다.

보수당 성향의 일간 데일리 메일은 1일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면서 포스터씨는 호주 출신의 사기 전과범으로 법원으로부터 추방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재판 중이라고 폭로했다. 총리실은 포스터씨와의 관계를 부인했지만 언론의 공세에 못 이긴 셰리 여사가 2주동안 포스터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데일리 메일은 셰리 여사가 포스터씨에게 보낸 e메일을 공개하면서 2주가 아닌 최소 6주간 두 사람이 연락했다고 다시 폭로했다. 셰리 여사는 포스터씨의 전과를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포스터씨의 재판을 맡고 있는 판사들의 이름까지 확인했다는 사실이 10일 드러났다.

총리 부인이 계속 거짓말을 한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셰리 여사는 이날 방송에 나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실수를 인정하지만 규정을 어기지는 않았다”며 “나는 모든 것을 아는 ‘슈퍼 우먼’이 아니고 ‘모성’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판사 이름을 확인한 것은 단순한 관심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언론이 광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보수당마저 10일 본격적인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보수당 대변인 올리버 레트윈은 “(둘 다 변호사인) 총리 부부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포스터씨를 신뢰했는지 의문”이라고 몰아붙였다. ‘셰리 게이트’는 앞으로 의회를 무대로 확산될 전망이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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