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뜨는 별]③원자바오 부총리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3분


원자바오
《‘제2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젊은 부도옹(不倒翁·오뚝이)’ ‘3대에 걸친 원로(三朝元老)’.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뒤를 이을 ‘총리 후보 0순위’로 꼽히는 원자바오(溫家寶) 부총리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들이다. 마른 몸에 온화한 인상을 주는 원자바오는 정치가라기보다는 학자적 풍모가 물씬 풍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1980, 90년대에 소용돌이친 중국의 정치 풍파를 한 몸으로 이겨낸 보기 드문 이력을 갖고 있다.》

그의 정치 이력을 살펴보면 문화대혁명기의 격동을 헤쳐 나온 ‘중국의 영원한 총리’ 저우언라이를 연상케 한다. 원자바오는 85년부터 93년까지 당 중앙판공청 부주임과 주임을 지내며 후야오방(胡耀邦), 자오쯔양(趙紫陽), 장쩌민(江澤民) 등 3명의 총서기를 모셨다.

원자바오를 중앙판공청 부주임으로 끌어올린 후야오방은 86년 1월 덩샤오핑(鄧小平)의 눈 밖에 나 실각하고 후임에 자오쯔양이 임명된다. 그러나 그는 당 중앙판공청에서 밀려나기보다 오히려 주임으로 승진하면서 자오쯔양의 오른팔 노릇을 하게 된다.

급진 개혁 성향의 원자바오는 89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일어나자 자오쯔양을 수행해 톈안먼 광장에서 단식 중인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자오쯔양이 톈안먼 사태로 실각했음에도 그는 장쩌민이 베이징으로 올 때 공항에 마중을 나갔고 장쩌민을 덩샤오핑과 천윈(陳雲) 등 등 원로들에게 인사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총서기와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는 중앙판공청 주임이었던 그가 ‘3조(朝)’를 거치면서 살아남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원로들의 거부감을 사지 않는 원만한 성품을 지닌 데다 정치적 색깔이 약하고 전문 기술관료로서의 탁월한 업무 능력을 평가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4세대 영도 핵심이 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부주석과 여러모로 닮았다. 나이도 똑같고 학업을 마친 뒤 오지인 간쑤(甘肅)성에 함께 배치됐으며 중앙 정치무대에도 82년에 함께 올라왔다. 80년대 후진타오가 모진 정치풍파를 무사히 넘긴 것은 티베트 등 지방에 있었던 것이 큰 이유였던 반면 원자바오는 늘 풍운의 중심에 있었다는 게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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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간쑤성에서 지질분야에서만 14년간 근무했다. 그가 중앙에 올라오게 된 것은 1981년 쑨다광(孫大光) 지질광산부장이 간쑤성 시찰 중 원자바오의 논리 정연한 현황 보고와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기 때문이었다. 쑨은 이후 원자바오를 지질광산부 부부장으로 불러올린 데 이어 차오스(喬石) 당시 당 조직부장과 후야오방에게 강력 추천함으로써 그의 정치적 앞날을 열어 주었다.

93년 3월 장쩌민의 심복 쩡칭훙(曾慶紅)에게 중앙판공청 주임 자리를 물려준 원자오바오는 중국 경제 전반을 통괄하는 당 재경영도소조와 농촌공작영도소조의 부조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였지만 여기서 그는 조장이었던 당시 주룽지 부총리와 인연을 맺으면서 중국 최고의 경제통으로 떠오른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원자바오는…▼

△1942년 9월 출생. 본적 톈진(天津)시

△1965년 베이징(北京)지질학원

지질광산과 졸업, 중국 공산당 입당

△1965∼68년 베이징지질학원

지질구조학과 석사과정

△1968∼78년 간쑤(甘肅)성 지질국

지질역학대(力學隊) 기술원

△1979∼82년 간쑤성 지질국

정책법규연구실 주임. 지질국

부처장, 부국장

△1983∼85년 지질광산부 부부장

겸 정치부 주임

△1985∼86년 당 중앙판공청 부주임

△1986∼93년 당 중앙판공청 주임

△1987년 11월 당 중앙위원,

중앙서기처 후보서기(제13차 전국

대표대회)

△1992년 10월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서기처 서기(제14차 전국대표 대회)

△1993년 4월 당 중앙농업영도소조

부조장

△1997년 9월 정치국원, 중앙서기처

서기(제15차 전국대표대회)

△1998년 3월 국무원 부총리, 당

중앙농업영도소조 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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