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 빌미 인권유린 말라”…로빈슨 前유엔판무관

  • 입력 2002년 9월 13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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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9·11테러를 빌미로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있다.”

11일 퇴임한 메리 로빈슨 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58·사진)은 12일 보도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것이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비난했다.

아일랜드 최초의 여성 대통령 출신이기도 한 로빈슨 전 인권고등판무관은 퇴임 직전 가진 인터뷰에서 외국인들을 아무런 제한 없이 구금하거나 아랍계만을 겨냥한 수색과 수사를 계속하고 있는 점, 아무런 기소절차 없이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아프가니스탄인들을 억류하고 있는 점 등을 그 사례로 들었다.

로빈슨 전 인권고등판무관은 또 “이집트 짐바브웨 파키스탄 등은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자국 내 반대파들을 탄압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지만 이를 지적하면 그들은 미국을 예로 들며 ‘이제 인권유린 등에 대한 기준과 규범이 바뀌었다’며 반박한다”고 개탄했다.

로빈슨 전 인권고등판무관은 특정국가에 대해 공개적인 비판을 자제하는 유엔의 ‘전통’을 깨고 임기 동안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인권 침해를 강도 높게 비판해 이들 국가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종종 “로빈슨 전 인권고등판무관은 미국에 대한 비판을 개인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지난해 4년 임기를 마쳤으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간곡한 만류로 1년 더 근무했다. 한때 재임설까지 나돌았지만 미국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그냥 퇴임했다는 후문.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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