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비둘기’파월 날개 꺾이나

  • 입력 2002년 9월 4일 18시 31분


파월 미국무장관
파월 미국무장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왜 그만두지 않는가.’

올 여름 워싱턴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다. 워싱턴포스트는 1일 파월 장관의 사임을 진보와 보수 양 진영 모두에서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유는 양 진영 모두 파월 장관을 크게 오해하고 있기 때문.

공화당 행정부에서 승승장구해 국무장관까지 오른 파월 장관은 어느 날 갑자기 진보진영이 짝사랑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됐다. 이스라엘에 기운 조지 W 부시 행정부 내에서 외롭게 팔레스타인과의 균형외교를 주장하고 대(對)이라크 군사공격에 대한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어 진보진영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진보진영은 그가 사임함으로써 부시 행정부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파월 장관은 자서전에서 93년 합참의장으로 재직 중 빌 클린턴 행정부가 들어섰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적고 있다.

“나는 마치 소풍 나온 사람들 틈에 끼인 스컹크처럼 된 나 자신을 느꼈다.”

생리적으로 진보진영과는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는 미국을 존경받고 신뢰받는 군사강국으로 소생시킨 인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꼽고 있다.

이 신문은 이라크공격에 대해서도 그는 단지 언제 어떻게 누구와 함께 공격하느냐는 놓고 행정부 내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을 뿐이어서 군사개입 반대라는 진보진영의 입장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그가 대통령의 정책을 집행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며 비켜나 있거나 차라리 사표를 내라고 종용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보수진영의 논객 빌 크리스톨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은 “그의 사임은 이틀 정도 시끌벅적한 일에 불과한 일”이라며 “사임 다음날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이 장관으로 임명돼 의회의 인준을 통과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보수진영의 이 같은 계산이 잘못된 것이라며 “파월 장관의 사임은 정치에 무관심한 수백만명의 무당파 유권자들을 공화당으로부터 등돌리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라크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거나 교착상태에 빠질 경우 사람들은 왜 파월 장관의 충고를 듣지 않았느냐면서 행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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