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벨로루시 재통합 잰걸음

  • 입력 2002년 8월 15일 23시 28분


러시아와 구 소련에 속했던 벨로루시가 재통합하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벨로루시와의 재통합을 위한 국민투표와 단일통화 도입을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로루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통합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후 내년 12월 총선과 2004년 대선을 함께 치러 단일국가를 만드는 방안’ 등 구체적인 통합안과 일정까지 제시했다. 그는 “2004년부터 러시아의 루블화를 단일통화로 사용하자”고 제의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제의는 그동안 “구 소련식 통합은 과거로의 회귀”라며 소극적이었던 기존의 태도에 비춰볼 때 혁신적인 변화.

푸틴 대통령은 벨로루시를 사실상 ‘인수’할 경우 러시아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왔다. 특히 통합 파트너가 될 루카셴코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독재자로 알려져 있어 상대하기를 꺼려왔다.

벨로루시는 인종과 언어 모두 러시아와 같은데다 경제적으로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독자 생존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재통합을 적극 추진해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역시 구 소련 소속이었던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15일 러시아와 그루지야의 관계가 “푸틴 대통령이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그루지야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서만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그루지야가 양국 국경 부근의 판카시 계곡에서 활동 중인 체첸 반군을 보호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갈등은 양국간 여객기 운항 제한조치로까지 확대됐으며 러시아 군부는 “그루지야 국경을 넘어 체첸 반군 소탕 작전을 벌여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는 4000억달러(약 48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구 소련의 해외자산을 놓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분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소련 해체 당시 러시아는 구 소련의 대외채무를 승계하는 대신 해외자산도 갖기로 다른 구 소련 국가들과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고 해외자산의 16.75%를 나눠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요구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