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모스크바…100년만의 폭염-산불 이중고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57분


모스크바가 사상 최악의 여름을 맞고 있다.

100년 만에 찾아온 무더위가 한달째 계속된 데다 도시 인근에서 끊임없이 일어난 크고 작은 산불로 지난달 30일부터 도시 전체가 연기로 뒤덮였다. 밤늦게까지 해가 지지 않는 북구 특유의 백야 현상으로 하루종일 환하던 모스크바가 낮에도 200∼300m 앞이 보이지 않는 ‘잿빛 도시’로 변한 것.

1일 모스크바 시내 곳곳은 타는 냄새로 목이 매울 정도였고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은 “연기가 마른 폭풍처럼 시내를 뒤덮었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연기 경보’를 내려 “어린이와 임신부에 해롭다”고 경고했다. 의사들은 건강한 사람도 장시간의 외출을 삼가고 연기가 집안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담요로 막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스크바 하늘을 뒤덮고 있는 연기는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3일까지는 수그러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관영 노보스티통신은 최근 6주 동안 모스크바 인근에서 119건의 산불이 일어나 610에이커(74만7000여평)가 넘는 지역이 피해를 보았다고 보도했다. 헬기까지 동원했으나 산불을 진압하지 못한 당국은 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연기가 발생하기 전에도 모스크바 시민들은 이상 고온으로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바로 산불의 원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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