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엔인구기금에 약속했던 3400달러 지원철회 또 구설수

  • 입력 2002년 7월 24일 18시 25분


미국이 올해 유엔인구기금(UNFPA)에 340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가 22일 이를 철회하기로 결정해 안팎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올해 초 진상조사단의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UNFPA가 중국의 ‘한 자녀 갖기 정책’ 아래 이뤄지는 강제적 낙태를 지원한다는 결론을 내려 UNFPA에 대한 지원금을 대신 미국국제개발기구(USAID)에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USAID는 낙후된 지역의 여성과 아동을 돕고 있는 미국의 독자적 단체로 UNFPA보다 활동 영역이 좁다. 이번 결정에 대해 유럽은 물론 캐나다 일본 유엔 등 세계 각국 관계자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UNFPA 책임자인 도라야 오바이드는 23일 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큰 실망감을 표시하고 “UNFPA 도움을 받는 빈민국 수백만명의 여성과 아이들의 삶이 큰 영향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UNFPA의 추산에 따르면 3400만달러는 200만건의 원치 않는 임신과 7만7000명 이상의 아동 및 유아 사망을 막는 데 쓰일 수 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의 시에 펑 대변인도 이날 “중국이 ‘한 자녀 갖기 정책’ 아래 낙태를 강제하고 있다는 미국 측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미 언론은 “올해 5월 중국을 다녀온 진상조사단은 UNFPA가 중국의 강제 낙태 등을 지원한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며 “이번 결정에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사설에서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낙태에 반대하는 우익 보수층의 비위를 맞추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사설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지난해 상원 청문회에서 UNFPA에 대해 “매우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공개 치하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타임스는 또 다른 기사에서 “부시 행정부 내 칼 로브 보좌관으로 대표되는 보수파와 파월 장관으로 대표되는 중도파의 세력 다툼에서 보수파가 득세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부시 행정부가 강제낙태 등을 지원하는 단체에 정부의 자금 지원을 금지토록 한 1985년의 켐프 캐슨 수정법안을 너무 확대 해석해 향후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아동기금(UNICEF), 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지원마저 불투명하게 됐다고 우려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유엔연구기금(UNFPA)▼

인구 문제에 관한 사회 경제 인권 측면의 인식을 높이고 개발도상국의 인구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1967년에 설립됐다. ‘유엔인구활동신탁기금’이라는 명칭으로 설립돼 1987년 ‘유엔인구활동기금(United Nations Fund for Population Activities)’으로 이름이 한 차례 더 바뀐 뒤 지금에 이르렀다. 약어인 UNFPA는 여기서 비롯된 것. 인구 문제에 관련한 포괄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중점적인 사업은 개발도상국과 낙후 지역에서의 여성 생식과 관련된 건강 증진과 가족계획이다. 에이즈 바이러스 등 성(性)접촉으로 감염되는 질병의 예방에도 관여하고 있다.

재원은 주로 각국 정부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충당한다. 1999년에는 정부 기부금 등으로 2억5400만달러를 거둬들여 2억8100만달러를 썼다.

UNFPA 주요 지원국 현황 (1999년기준)
국가지원금
일본4829만달러
네덜란드4277 〃
덴마크2787 〃
노르웨이2525 〃
영국2494 〃
독일2175 〃
스웨덴1671 〃
핀란드1258 〃
스위스719 〃
캐나다607 〃
이탈리아298 〃
벨기에175 〃
호주139 〃
한국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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