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나가노의회, 지사 블신임

  • 입력 2002년 7월 5일 23시 17분


일본의 현(縣)의회가 지사를 불신임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졌다.

나가노(長野)현 의회는 5일 소설가 출신의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46) 지사에 대한 불신임안을 참석의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지사불신임안이 가결된 것은 76년 독직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기후(岐阜)현 지사 이후 처음.

보수파 의원들은 이날 “다나카 지사가 현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보다는 자신의 정치 이념만을 우선시하는 독선으로 일관해 왔다”며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다나카 지사는 지난해 2월 환경보호차원에서 더 이상 인공댐을 만들지 않겠다며 ‘탈(脫) 댐선언’을 하면서 의회와 정면으로 대립했다. 반대파 의원들은 “많은 사업을 보류시켜 현정(縣政)이 정체되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 다나카 지사는 의원들의 해외시찰에 대해 직접 감사를 청구해 일정이나 여비 등을 문제삼았고, “현의회는 말과 행동이 틀린 데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만 하는 양치기 소년같다”고 비판했다.

불신임을 받은 다나카 지사는 열흘 이내에 의회를 해산하면 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구성되는 현의회의 의석분포도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다시 불신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의회를 해산하고 자신도 사직한 뒤 다시 지사선거에 출마해 현민에게 신임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직하면 50일 이내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다나카 지사는 2000년 10월 최연소 지사에 당선됐다. 당시 언론은 다나카 지사의 당선을 ‘나가노의 반란’이라고 불렀으며 다나카 지사는 당선이후 ‘개혁의 기수’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사태는 뿌리깊은 ‘개혁’과 ‘보수’의 대결이 표면화된 것이어서 현민들이 다시 다나카 지사를 선택할지가 큰 관심거리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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