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축제중 ‘LA총성’에 깜짝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40분


'대피하세요' - 로스앤젤레스AP연합
'대피하세요' - 로스앤젤레스AP연합
올해 미국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중의 하나는 ‘9·11 이후 처음’이다.

4일 제226회 미국 독립기념일에도 그랬다. ‘9·11 이후 첫 독립기념일’을 뉴욕은 최대의 불꽃놀이로 맞이했다.

맨해튼 동쪽의 이스트리버 위로 쏘아 올려진 불꽃이 터질 때마다 찌는 듯한 날씨 속에 구경나온 시민들은 환호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이 말한 것처럼 ‘4∼7일 나흘간 여럿이 모여 더 즐겁게 축제를 벌이고 이것을 테러리스트에게 똑바로 보여주기’ 위해서….

뉴욕 외에도 워싱턴 필라델피아 등을 비롯해 전국에서 크고작은 기념행사가 열렸다. 주민들은 더 활짝 웃으며 더 당당하게 축제를 벌였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웨스트 버지니아주의 작은 마을 리플리에서 열린 독립기념식에 참석해 말한 대로 ‘추가 테러의 두려움을 떨치고 마음껏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매년 어린이 독립기념축제가 열리는 뉴저지주 북쪽의 작은 마을 키넬론에선 유난히 많은 성조기가 등장했다. 어린이들은 엉클샘 모자를 썼고 성조기 장식 옷을 입었다. 마을 전체가 성조기 색깔인 빨강 파랑 흰색으로 뒤덮였다.

축제 뒤에는 삼엄한 경비가 있었다. 뉴욕에선 자유의 여신상 등 주요 기념물 부근에선 비행이 금지됐다. 상공에선 전투기가 초계비행을 했고 강 위에서는 경비선이 대기했다. 축제 현장으로 가는 시민들은 소지품 검색대를 통과해야 했다. 전국 기념행사장마다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배치됐다. 아시아 유럽 등의 미국대사관 등에서는 철통경비가 펼쳐지는 가운데 기념행사가 열렸다.

긴장 속에서 맞이한 독립기념일이 큰 충격없이 지나가자 미 정부는 크게 안도하는 표정. 그러나 4일 낮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총격사건이 벌어지고 이 부근에서 경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 TV가 속보로 전하자 많은 시민들은 사고현장 사진과 ‘속보’라는 자막을 보고 테러공격이 아닌가 놀라기도 했다.

9·11 테러에 이어 ‘평범한 사람에 대한 테러’라는 우려를 낳은 탄저균 소동을 겪었고 ‘더티밤’ 경고까지 받은 시민들은 추가테러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미국언론들은 전했다.

맨해튼의 정신과의사 버나데트 호건은 “환자들 가운데 자신에게 나쁠 것 같은 물건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환자가 많은 데 이는 추가테러를 겁내는 것과 연관이 깊다”고 말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5일 보도했다.

주간지 뉴요커 최근호에 실린 만평은 건물 지붕 위에서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가족 뒤로 큰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는 장면이었다.

작가 아트 스페겔만은 “바로 추가테러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나는 그것을 ‘7월의 두려움’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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