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예]“청문회에 팔려가는 스타들”

  • 입력 2002년 6월 14일 17시 55분


줄리아 로버츠
줄리아 로버츠
할리우드 스타들의 잇따른 의회 청문회 출석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의원들은 물론 할리우드 내부에서조차도 스타들의 증언이 효과가 미미할 뿐만 아니라 청문회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CNN방송이 13일 보도했다.

최근 두달간 청문회 증언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한 연예인은 무려 20여명.

미국 최고의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는 지난달 9일 레트 신드롬에 대한 연구기금 확대를 위해 하원 세출위원회에서 증언했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배우 마이클 J 폭슨와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지난달 23일 치료 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상원 보건위원회에 모습을 보였다.

의회 일각에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증언할 경우 청문회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오가기 힘들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상원 환경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6일 10대 팝 그룹 ‘백 스트리트 보이스’의 멤버인 케빈 리처드슨이 석탄쓰레기 오염에 대해 증언하는 자리에 “미디어 쇼”라며 참석을 거부했다. 남자가수 존 멜렌캠프, 톰 페티 등 일부 연예인들은 전문 지식이 없다며 의회 증언 요청을 거절했다.

연예인들의 증언 분야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동물들의 서커스 출연 금지(여배우 킴 베이신저), 애완동물 거세 금지(게임쇼 진행자 밥 바커), 희귀동물 매매 금지(개구리 인형 커미트) 등에서 보듯이 반드시 할리우드 스타들의 증언을 들어야 할 만큼 심각한 분야도 이슈도 아니라는 것이다.

럿거스 대학의 러스 베이커 교수는 “의회로부터 재정지원을 확보하려는 의원들과 로비단체들이 ‘정치 마케팅’ 차원에서 연예인들을 동원하고 있다”며 “의원들도 증언대에 서는 스타들에게 던지는 질문의 수준을 높여야 청문회가 ‘쇼’로 전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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