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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5일 19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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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손님은 대충 한국인과 일본인이 절반씩이다.그러나 이날은 한국 손님도, 일본 손님도 오지 않았다.
일본과 한국팀의 월드컵 첫 시합을 시청하기 위해 회사에 남아 있거나 일찌감치 귀가했기 때문이다.
진모씨가 아카사카에서 경영하는 클럽에도 이날 저녁 내내 손님이라고는 일본인 두 명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TV를 켤 수도 없었다. 진씨는 전화로 승전보를 전해 듣고 마음 속으로 환호했다.
진씨의 기쁨은 5일 니시가사이(西葛西)의 집 근처에 있는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더 커졌다. 주변에 있던 일본인 샐러리맨들의 대화 때문이었다.
“한국팀, 정말 잘하던데….”
“언제 그렇게 실력이 는 거야.”
“속도와 파워가 굉장하더군.”
진씨는 “일본팀도 잘했다던데…”라는 말을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재일동포나 한국 상사 주재원들은 5일 알고 지내는 일본인들을 만날 때마다 축하한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개최하고 있으니까 한국의 승리는 일본의 승리나 마찬가지라고 하는 일본인도 있다.
한국의 승리가 아시아의 자존심을 살려줬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한일간에 축구시합은 단순한 스포츠의 의미를 넘어 국가의 위신을 건 자존심의 대결이었다.
일본사람들은 “우리는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막상 경기가 벌어지면 한국팀 못지 않은 민족 감정의 분출을 보여준다.
그런 일본이 한국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
어쩌면 이 점이 공동 개최의 가장 큰 수확인지 모른다.
심규선 도쿄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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