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계 ‘3大 제왕’ 후계자 찾아라

  • 입력 2002년 5월 9일 17시 57분



“냉동 인간이 돼 훗날 다시 세상에 나타나는 게 어떻겠습니까?”

4일 열린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이 회사의 ‘살아있는 전설’ 워런 버핏 회장에게 던진 조크다. 올해 71세인 버핏 회장이 이제 서서히 은퇴를 준비해야되지 않겠느냐는 뼈있는 한 마디.

버핏 회장은 “그런 문제를 생각하기엔 나는 아직 너무 젊다”고 태연히 받아넘기긴 했지만 자신이 은퇴를 준비하고 있음을 애써 숨기려 하지 않았다. 다만 문제는 누가 그의 뒤를 잇느냐는 것.

파이낸셜타임스는 9일 미 금융계의 ‘3대 제왕’으로 꼽히는 버핏 회장과 씨티그룹의 샌디 웨일 회장,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의 모리스 그린버그 회장이 70대에 접어들면서 자신들의 뒤를 이을 마땅한 인물을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이끄는 업체의 시가총액은 미국 10대 금융업체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5000억달러(약 650조원)로 후계자 문제는 미국 금융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대 사건’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버핏 회장은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후계자감으로 4명을 꼽고 있지만 나를 만족시킬 만큼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미국 최대 금융업체인 씨티그룹의 웨일 회장 역시 올해 69세로 연초에 소비자부문 총책임자인 로버트 윌럼스타드를 씨티그룹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윌럼스타드 사장이 웨일 회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웨일 회장처럼 기업 및 소매 금융 양방면에서 탁월한 경영수완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AIG의 그린버그 회장은 77세로 이들 중 가장 고령이지만 일에 대한 의욕만큼은 그 누구보다 강한 인물. 그는 누차에 걸쳐 아직 은퇴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런 그도 1일 후계구도를 명확히 하라는 투자자들의 압력에 굴복해 7명의 임원을 차기 후보로 임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로선 공동 최고운영책임자로 승진한 마틴 설리번 해외보험 담당 부사장(48)이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투자자들에게 이들은 회사의 브랜드 그 자체”라며 과연 누가 이들의 명성과 식견을 이어나갈 수 있는지 금융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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