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크 압승 첫마디 “이젠 총선이다”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07분


시라크, 조스팽 격려
시라크, 조스팽 격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공화국연합·RPR)이 5일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장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를 압도적 표차(82.08% 대 17.92%)로 누르고 재선됐다. 65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최고의 득표율을 기록한 시라크 대통령은 제5공화국 사상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시라크 대통령의 압승은 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극우파 르펜 당수에 대한 반발표 때문으로 분석됐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어 대선 1차투표에서 르펜 당수에게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6일 공식 사임하자 장 피에르 라파랭 상원의원(자유민주당·DL)을 총리로 임명하는 등 우파 내각 구성에 착수했다. 5일 시라크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프랑스 좌우파 정당들은 발빠르게 6월 총선 채비에 들어갔다. 시라크 대통령과 르펜 당수는 승패 소감에서 모두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우파의 ‘환호작약’〓5일 오후 8시 시라크 대통령이 80% 이상의 지지율로 압승했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지지자들이 모여 있던 파리의 바스티유, 레퓌블릭 광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시라크 대통령도 “오늘 밤 위대한 정신으로 공화국의 가치에 대한 애착을 다시 확인했다”고 당선 소감을 밝힌 뒤 직접 레퓌블릭 광장에 나가 “프랑스 만세, 공화국 만세”를 외치며 지지자들과 어울렸다. 승용차로 파리 시내 퍼레이드를 벌이며 환호에 답한 시라크 대통령은 다시 엘리제궁 앞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시라크 대통령은 라파랭 내각 구성을 통해 대선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관심사를 반영, 총선 승리 굳히기에 들어간다는 작전이다. 시라크 대통령과 당은 다르지만 같은 우파에 속한 라파랭 신임 총리는 시라크 대통령을 도와 6월 총선(9일 1차, 16일 결선)을 치른다.

▽좌파의 ‘절치부심’〓1차투표에서 FN에 충격적 패배를 당한 사회당(PS)도 총선이야말로 ‘진정한 결선’이라고 주장했다. 사회당은 7일 총선 공약을 발표, 정국을 총선 국면으로 전환한다는 계획.

이번 대선 과정에서 조스팽 전 총리가 “나는 사회주의자이지만 내가 내놓는 정책은 사회주의적이 아니다”라고 선언, 전통적인 좌파 지지자들이 등을 돌린 일을 거울삼아 정통 좌파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로선 이번 대선 패배가 약이 된 측면도 없지 않다. 9명의 대선후보를 내놓을 정도로 중구난방이던 좌파 내부에서 단결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는 좌파 지지자가 주도한 노동절 반 르펜 시위에 130만∼150만명이 참여한데서도 확인됐다.

▽극우파의 ‘캐스팅보트(?)’〓르펜 당수는 결선 직후 “시라크 대통령의 승리는 정치 경제 사회 언론 세력의 협조를 등에 업고 옛 소련 방식으로 얻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르펜 당수의 FN은 577개 선거구 중 200개 이상의 선거구에서 총선 결선투표에 진출할 것이란 관측. FN이 크게 고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작 당선자는 5명 안팎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거듭 나온다.

▽또 동거정부?〓결선투표 직후 일간지 르몽드와 여론조사기관 SOFRES의 공동조사에 따르면 6월 총선에서는 우파가 277석 이상을 얻어 과반수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좌파의 재결집과 좌우 균형을 맞추려는 프랑스 유권자의 심리 때문에 다시 좌우‘동거(Cohabitation) 정부’가 도래할지 모른다고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프랑스는 비효율적인 동거정부를 피하기 위해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여 대통령과 의회의 임기를 같게 했다.

그럼에도 동거정부가 다시 출현한다면 5공화국 권력 구조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전망이다.

정성배(鄭成培) 파리 고등사회과학원 명예교수는 “다시 동거정부가 출현한다면 시라크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