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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9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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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들이 온갖 장비를 동원해도 부술 수가 없고, 안에서 카메라를 통해 집안을 샅샅이 모니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와 별도의 통신망까지 구축한 이른바 ‘안전방’이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일부 부호들과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 비밀스레 보급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 안전방은 소형 로켓포 공격에도 끄떡없는 콘크리트와 철제문으로 만들어졌으며 유무선 통신기기와 경보 시스템, 폐쇄회로 감시 모니터도 갖추고 있다. 디럭스모델은 산소 호흡기와 공기청정시스템, 비상전력설비와 간이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다.
어떤 모델은 초강력 섬광기와 소음기, 최루탄뿐만 아니라 탄약 등 침입자에 대한 ‘반격 설비’까지 설치돼 있다.
가격은 최소 2만5000달러(약 3250만원)부터 수백만달러짜리도 있다. 상담료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완제품 120만달러(약 15억6000만원)를 받는 업체도 있다. 은신처인 만큼 설치 과정부터 철저한 보안 속에 이뤄진다. 업체들은 주로 낮 시간에 아무런 표식 없는 트럭을 이용해 평상복 차림의 직원들을 동원, 비상문으로 드나들며 작업을 한다. 집안 내 안전방 위치도 책장이나 침실 거울 등으로 완벽히 위장돼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고객들의 신분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이들이 주로 맨해튼 주변의 연예인이나 외교관, 재계 거물과 그들의 보험회사 등이라고 귀띔한다. 고급 시계 회사 롤렉스와 보석상 해리 윈스턴도 고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영화 ‘패닉 룸’이 개봉된 이후 이들 업체로 문의해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안전방을 생산하는 ‘레드 얼러트’와 ‘시티세이프’, ‘유나이티드 프로텍티브 시스템’ 등은 각각 연간 10여개의 안전방을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