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끄면 ‘삶’ 이 켜져요”…美 다음주 TV끄기 주간

  • 입력 2002년 4월 19일 17시 32분


“다음주엔 TV를 끄고 생활을 켜세요.”

미국의 비영리단체 ‘TV끄기 네트워크(www.tvturnoff.org)’는 올해로 8회째인 TV끄기 주간(4월22∼28일)을 앞두고 전 세계에 “TV를 끄면 생각하고 독서하고 창조하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면서 “TV를 끄고 가족과 대화를 나누거나 운동 독서 요리 사색을 해 보라”고 촉구했다.

TV끄기에 동참하는 개인은 이 기간 중 TV를 보지 않으면 되고 학교나 단체에서는 ‘TV 덜 보고 책 더 읽기’ ‘하고 싶은 운동 즐기기’ 등의 캠페인을 벌이면서 이 행사에 참여한다.

TV끄기 주간은 어린이들이 오랜 시간 TV를 보기 때문에 부모와 대화를 나눌 시간이 부족해지고 책을 덜 읽게 되며 폭력물 등에 지나치게 노출돼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1995년 처음 시작됐다.

TV끄기 네트워크의 프랭크 베스프 사무총장은 “TV를 아예 보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프로그램을 볼지를 선택하고 나머지 시간을 잘 활용하자는 것이 이 운동의 취지”라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또 “세상의 가치 있는 모든 활동은 어느 정도 어렵고 의식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TV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TV를 ‘바보상자’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해석이다.

이와 함께 미국학생들은 연간 학교에서 900시간을 보내는 반면 TV를 1023시간 시청하며 어린이들의 TV시청시간 중 부모 없이 혼자서 보는 시간 비율이 2∼7세 어린이는 81%, 7세 이상은 95%로 어린이들이 무방비로 TV에 노출돼 있는 점이 문제라고 이 단체는 지적했다.

TV끄기 네트워크는 “작년까지 2400만명이 이 운동에 참여했고 1만5000개 단체가 올해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참여자 수백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80%가 TV를 덜 보게됐고 42%는 더 세심하게 프로그램을 골라서 보게됐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버지니아주에선 TV끄기 주간을 법으로 정하려고 하자 공중파 및 케이블TV업계에서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펼쳐 법안이 폐기됐다고 최근 워싱턴포스트지는 보도했다.

미국 외과의사협회는 작년 말 “TV를 오래 보는 것이 어린이 비만의 주요 원인”이라면서 TV끄기운동을 지지하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스탠퍼드대학의 토머스 로빈슨 교수는 “10일간 TV 안 보기 과정을 지도한 결과 학생들의 체중이 900g 감소했다”는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고 TV끄기 네트워크는 전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미국인의 TV 시청 관련통계▼

△하루평균 TV시청시간: 4시간 이상

△하루에 가정에서 TV가 켜져 있는 시간: 7시간40분

△저녁식사 중 TV를 보는 비율: 40%

△TV를 너무 많이 본다고 생각하는 사람: 49%

△1세 어린이의 주당 TV시청 시간: 6시간

△미국소아과협회가 권장하는 2세 이하 어린이의 주당 TV시청 시간: 0시간

△2∼17세 청소년의 주당 TV시청시간: 19시간40분

△어린이가 하루에 각종 스크린 앞에서 보내는 시간: 4시간41분

△부모가 청소년 자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는 시간: 주당 38.5분

△학업성적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TV시청시간: 주당 10시간 이상

△2∼7세 어린이가 부모 없이 TV를 보게되는 시간 비율: 81%

△7세 이상 어린이가 부모 없이 TV를 보게되는 시간 비율: 95%

△학생이 연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 900시간

△학생이 연간 TV를 보는 시간: 1023시간

△교육TV가 교육과 관련 없다고 스스로 평가한 TV프로그램 비율: 21%

△18세가 될 때까지 시청하게 되는 폭력장면: 20만장면(살인 1만6000장면 포함)

△TV와 영화가 청소년범죄와 관련 있다고 여기는 사람 비율: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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